[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은행의 막대한 이자이익과 관련해 횡재세를 통한 초과이익 환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이 30조원을 돌파하면서 은행의 ‘이자장사’가 다시 도마에 오르면서다. 금융당국은 정부 차원의 횡재세 도입 논의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은행의 고금리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하고 있어 향후 초과이익 환수 논의가 주목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은 30조93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8조8052억원보다 7.4% 늘어난 것으로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첫 30조원 돌파다.
5대 은행은 3분기에만 10조4454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뒀다. 이는 2분기 10조3948억원에 비해 0.5% 늘어난 것이다.
금리 인상기에 손쉬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은행에 대한 횡재세 도입은 연초에도 한 차례 거론된 바 있다. 세계적으로 횡재세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비판을 계기로 은행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은행 횡재세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이후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잠잠해지면서 횡재세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최근 고금리 고착화로 서민·취약계층의 금융 부담과 은행의 막대한 이자수익이 다시 부각되자 은행 횡재세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체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이 횡재세 성격으로 도입한 은행 초과이윤세 부과 및 지급준비금 상향 등이 거론되며 횡재세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럽연합(EU)의 화석연료 연대기여금과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횡재세 도입 논의에는 선을 긋고 있다. 횡재세와 관련해서는 의원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로 정부 차원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검토된 적이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민병덕 민주당 의원 등이 ‘한국판 횡재세’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용 의원의 법인세법 개정안은 시중은행의 초과이득에 대해 법인세 과세특례 형태로 초과이득세를 신설하고 세율은 과세표준의 50%로 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 의원의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이상 상승하고 은행 이자이익이 지난 5년 평균의 20%를 초과할 경우 초과금액의 10%를 서민금융진흥원 자활지원계정에 출연토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업의 수익 증가는 자연스럽게 누진적 구조의 법인세 부과로 과세할 수 있는데도 단지 수익이 늘었다고 추가적인 세금을 물리는 것은 조세 정책상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조세 저항에 대한 우려와 함께 초과 이익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면 반대로 기업이 손실을 볼 경우 보전을 해줄 것이냐는 반문도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도 은행의 과도한 이자장사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 상생금융 행보를 펼쳐온 것처럼 은행의 초과이익 환수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이탈리아의 사례처럼 일회성 세금을 물리는 대신 초과 이익을 지급준비금으로 적립해 추가 유동성을 확보토록 하거나 서민금융에 출연토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27일 종합국감에서 횡재세 등 은행 초과이익 환수 관련 질의에 “우리 정부의 생각은 어려운 분들이 고비를 넘기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고금리로 많은 사람들이 어렵고 고민하고 있어서 나름대로 여러 노력을 해왔는데 나라마다 정책 내용이 다른 것은 다 장단점이 있고 그 나라 특유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며 “어떤 방법이 좋은지는 우니나라의 특성에 맞게끔 종합적으로 계속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 이익과 관련한 국민 고통 지적을 인지하고 있어서 여러 노력을 해오고 있으나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각국의 여러 정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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