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아무리 강남이라도, 금리가 오르면 어쩔 수 없어요.”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장주로 통하는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보통 이 시기에는 매매와 전세 문의가 많아지는데, 최근에는 문의 전화 거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수를 원했던 대기자들에게 연락을 해봐도 조금 더 지켜보겠다며 망설이고 있다”며 “10월 초부터 거래가 사실상 끊겼다”고 전했다.
철옹성 같던 서울 강남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 수준까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강남지역에서도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강남지역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하락 거래가 이뤄지는 등 분위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넷째주 지난 2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5% 오르며 1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상승폭은 전주(0.07%)에 비해 줄었다.
서울은 0.07% 상승하며 23주 연속 상승했지만, 전주(0.09%)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 매매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던 강남(0.10%→0.03%), 서초(0.08%→0.06%), 송파(0.12%→0.10%)를 비롯해 마포(0.12%→0.10%), 용산(0.15%→0.14%), 강동(0.15%→0.14%) 등도 상승폭이 줄었다. 지난주 0.03% 상승했던 강북구는 이번주 하락 반전해 변동률이 –0.01%를 나타냈다.
강남지역에서도 매물도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49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7만3141건)보다 5.9%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6451건에서 4725건, 서초구는 5592건에서 5842건으로, 각각 4.2%, 4.4% 증가했다. 또 강남4구로 불리는 강동구는 3827건에서 3957건으로 3.3% 늘었다. 송파구는 5714건에서 5700건으로 0.3% 감소했다.
실제 강남지역 일부 단지에서 하락 거래가 이뤄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 1·2차(전용면적 196㎡)는 최근 67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최고가 80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3억원이 하락했다.
아파트 상승거래 비중이 8개월 만에 꺾였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중 상승거래 비중은 47.45%로, 전달(47.65%)에 비해 소폭 줄었다. 대폭 상승에 해당하는 직전 거래 대비 5% 이상 상승 거래 비중도 8월 27.46%에서 9월 27.22%로 소폭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대 수준으로 오르면서 주택 매수세가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최근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고금리로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이 늘어나고 있어 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면서 주택 매수세가 갈수록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지난달 3.82%로 전월 대비 0.16%p(포인트)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금융채 5년)는 4.14~6.584%로 나타났다. 변동금리(코픽스 신규)는 연 4.53~7.116%로 이미 7%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강남지역을 향한 주택 수요가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중은행의 금리가 오르고, 집값 상승 피로 누적 등으로 강남을 향하던 주택 수요가 감소하면서 거래량이 줄고, 매물이 늘었다”며 “고금리 장기화에 추가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집값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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