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미국의 탄탄한 경제 성장이 인플레이션과 싸움 중인 연방준비제도위원회(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연준의 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른 차입 비용 증가가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멈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3일 16년 만에 5%를 돌파한 뒤 소폭 반락했지만, 여전히 4.8~9%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국채 금리 급등은 ‘기간 프리미엄’ 상승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기간 프리미엄’은 장기 채권 만기까지 물가상승률과 금리 인상에 따른 가격 하락 위험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최근 연설에서 국채 금리 급등이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나 단기적 통화정책 때문이 아닌 기간 프리미엄 상승에 주로 기인한다고 평가했었다.
전문가들은 높은 국채 수익률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이체방크 경제학자들은 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른 금융 여건 긴축으로 내년 경제 활동이 0.6%p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약 세 차례에 걸쳐 0.25%p씩 금리를 인상하는 수준이다.
연준 경제학자 출신인 언더라잉 인플레이션 리서치회사의 틸다 호바스는 컴퓨터 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간 프리미엄 상승이 0.25%p 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호바스는 기간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연준이 향후 2년 금리를 지난 9월 예상했던 것보다 약 0.5%p 더 인하할 수 있다고 봤다. 연준은 지난 9월 FOMC에서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했었다.
과거 2013년 7월 연준 회의에서 경제학자들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지속해서 0.75%p 상승하면, 2년 반 동안 연준의 기준금리 경로를 기준선 전망치 대비 약 0.6%p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파월 의장 역시 최근 연설에서 높은 기간 프리미엄이 연준의 단기 금리 인상을 대체할 것이라고 단정하진 않았지만 가능성을 인정했다.
BNY 멜런의 수석 경제학자 샤믹 다르는 “채권 시장이 연준이 원하는 긴축을 제공하고 있다는 건 연준이 좀 더 신중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2018~2022년 연준 부의장을 지낸 리처드 클라리다는 최근 금융 여건 긴축으로 금리 인상 명분이 약해졌지만, 고용 지표 강세와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를 고려할 때 여전히 12월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3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5.25~5.5%로 동결할 가능성은 98.3%로, 25bp(1bp=0.01%) 인하할 확률은 1.7%로 반영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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