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일본은행(BOJ)이 수익률곡선 제어(YCC) 정책의 수정을 결정하면서 엔화 가치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예상보다 약했던 긴축 조치로 엔화 가치가 되레 달러당 150엔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엔저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계심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연말로 갈수록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기대심이 살아나며 엔화 가치가 서서히 반등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1일 외신에 따르면 BOJ은 지난달 31일까지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장기금리 지표인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초과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일정 부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단기금리는 -0.1%로 동결하고 국채 10년물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등 금융완화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본은 경기 부양을 위해 장기금리를 통제하는 YCC 정책으로 초완화적 통화 정책을 유지해왔다.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한을 0.5%로 제한해 그 이상 금리가 오르면 BOJ가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 금리를 낮추는 경기 부양책이다. 그러다 7월 회의를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선 목표를 1.0%로 올렸다.
그럼에도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으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하는 등 계속 상승한 반면,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고 1% 수준으로 제한되며 엔화 하방압력이 심화됐다. 연초 달러당 130엔 초반이던 엔·달러는 최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평가받는150엔을 뚫었다.
무제한 국채 매입에 따른 재정 부담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현재 일본 정부의 국채 보유 비율은 53%로 과도하게 높다는 평가다. BOJ은 이번 조치에 대해 “장기금리 상한을 엄격하게 억누르는 것은 강력한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도 클 수 있다”며 “정책 운용을 유연화해 시장 기능 저하를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OJ 의도와는 달리 YCC 재수정에도 전날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지난달 27일부터 149엔대에서 움직이던 엔·달러는 금융완화 수정 방침이 알려진 직후 다시 되레 150엔을 돌파했다.
BOJ가 긴축 정도를 높였지만, 10년물 금리 상단을 1.5%로 기대했던 시장의 실망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BOJ는 이날 YCC 정책을 미세 조정했을 뿐, 단기금리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에 변화를 주지 않은데다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유도하는 등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큰 틀은 유지했다.
이데 신고 닛케이기초연구소 수석전략가는 “장기금리 1%를 조금 넘는 것을 용인한 것 외에 실질적으로는 크게 변한 게 없다”면서 “사실상 완화 유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계심이 높았던 시장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통화정책 발표 직후 시장은 엔화 약세로 반등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대한 일본정부와 BOJ의 경계심이 확인되면서, 일본의 통화완화정책 종료과 마이너스 단기 금리 조정 기대감이 연말로 갈수록 커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기존 2.5%와 1.9%에서 각각 2.8%로 상향됐다는 점에서 정책 정상화에 대한 불씨가 살아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연말로 갈수록 서서히 엔화 강세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경계심이 워낙 컸다는 점에서 예상만큼은 아니라는 실망감에 엔달·러가 올랐지만, 중요한 건 방향성”이라면서 “연말로 갈수록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FOMC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엔화 강세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화 강세 흐름에 현재 900원대에서 박스권을 보이는 원·엔 역시 서서히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 연구원은 “중동의 지정학적 이슈와 FOMC 영향으로 원화와 엔화에 동시에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말로 갈수록 불확실성이 걷히고, BOJ 정책 변화가 엔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며 원·엔도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