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6월부터 5개월 연속 국내 주식을 필아치우며 지수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10월 한 달 간 무려 3조원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은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꾸준히 사들였던 삼성전자를 내다 팔며 국내 증시에서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6월 1조716억원, 7월 1조9745억원, 8월 9347억원, 9월 1조603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10월엔 2조9441억원 가량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거침없는 매도세에 코스피 지수는 2300선 밑으로 내려오며 올해 상승 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이날 오전 9시 4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대비 0.80% 오른 2296.52를 기록 중이다.
10월 한 달 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5756억원어치를 팔아 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한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 꾸준히 매수해왔던 종목이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조3191억원 가량을 사들였다. 하지만 10월 들어서부터 다시 되팔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5586억원), 삼성SDI(5463억원), LG화학(2719억원) 순으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반면, 외국인이 10월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금양(1888억원), SK하이닉스(1261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104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순매도세 행보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기며 강세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국 국채금리가 16년 만에 5%를 돌파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 고금리 정책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가 수 개월 째 이어지고 있다. 10월 들어서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 국채금리 급등이 겹치면서 달러 가치가 치솟으며 연고점(1363.5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현재는 1351.90원으로 소폭 내려섰지만 석 달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만큼 연말까지 증시는 외국인의 수급을 지켜보며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힘없이 밀리는 한국 증시의 흐름은 악재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투자심리는 극단적 공포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3분기 이익 전망은 증가분의 70%를 반납했고 내년에 대한 기대치도 하향 조정 중이기 때문에 주가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긍정적, 부정적 요인이 공존해 연말까지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차전지주의 약세 또한 코스피지수 상단을 제한하고 있는데 지난 8월 이후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매도세와 얕아진 개인들의 수급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발행 물량 확대, 미 정부 셧다운 관련 불확실성 증가 등이 미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를 견인했고, 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 압력 확대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이어졌다”며 “1~3개월 내 금리, 경기, 위험회피 측면에서 볼 때 강달러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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