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는 머리 좋은 참모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포를 서울시에 편입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주식 공매도를 전격 금지키로 했다. 내년 4월 선거가 끝난 후인 6월말까지 한시적 조치다.
공매도 금지는 개미들이 원하는 바다. 1300만 명 주식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단순 공매도 금지는 저급한 정책이다.
# 공매도 금지, 양날의 칼
공매도 금지는 장기적으로 개미들에게 좋지 않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MSCI 선진국 지수에 몇 년째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공매도를 금지하면 지수 편입에서는 더 멀어진다. 용산의 표현을 쓰면 ‘글로벌 중추’ 시장이 아니라 주변부를 맴돌게 된다.
공매도 금지는 ‘유권자 1300만 명’이라는 숫자에 현혹된 하수 중의 하수다.
정책에도 창의성이 필요하다. 다 읽히는 수로는 감동도 없고, 효과도 없다. 누구도 생각치 못한 변화로 충격이 큰 수를 써야 한다. 용산 바로 앞에 그런 곳이 있다.
# 국내 코인 시장의 위상
국내 코인 투자자들은 600만 명이 조금 넘는다. 비공식적으로는 1000만 명 이상이다. 통계를 낸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국내 거래소들과 거래하는 사용자만 대상으로 했으니 누락된 숫자가 상당할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24 시간 연중무휴에 글로벌화 돼 있다. 글로벌 거래소와 국내에 동시 상장된 일부 코인들의 경우 한국 거래량이 세계 1위다. 이를 ‘버거코인’이라 부른다. 이처럼 세계 시장에 편입돼 있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정책적 배려에서는 찬밥이다.
우리나라 암호화폐 산업은 넘버원이 될 힘이 있다. 어떤 분야는 이미 그렇다. 업비트 빔,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은 글로벌 시장에 통용되는 일반 용어다.
해외 블록체인 프로젝트, 코인 전문 벤처캐피탈들을 만나보면, 한국 시장의 강력한 유동성이 어디서 유래하는지 궁금해한다. 업비트에 상장만 되면 가격이 튄다(업비트 빔)며 ‘연줄’을 대고 싶어한다.
# 버거코인의 준동
그러나 일부 버거코인들은 한국을 돈통으로 여긴다. 위상에 맞는 대우를 안 한다. 이번 국감에서 문제가 된 대표적인 버거코인 수이(SUI)는 가증스럽게도 해외 언론에 해명 자료를 먼저 뿌렸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지적한 문제를 코인데스크에 설명한다.
거래소 협의체 DAXA는 수수방관하고, 수이의 글로벌 거래 1위를 한 업비트는 재단의 공시 대행사로 전락했다. 1등인데 삼류 거래소처럼 행동한다. 유통량을 멋대로 늘려도 아무 말도 못한다.
격에 맞는 대우를 못 받는 것은 그렇게 해도 된다고 수이 재단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에 나중에 알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국내 투자자들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 수이(SUI) 논란과 해법
이복현 금감원장은 해외 불법 주식 공매도 세력을 국내로 송환해 법정에 세울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버거코인에 대해서는 왜 그런 결기를 보여주지 못하나?
“선거공학적으로 유권자 수가 다르지 않나, 우선 주식 투자자의 표심을 잡고, 나중에 암호화폐 투자자들도 살피겠다.”
윤 대통령 주변에 이런 생각을 하는 참모가 있다면 당장 사표를 받아야 한다. FIU 공식 통계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이런 소리 못한다. 국내 코인 투자자 중 80%가 20~40대다. 지난번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다가 돌아선 유권자층이 어떤 세대인지 생각해보라.
금감원은 당장 DAXA와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 수이 재단을 불러 유통량을 멋대로 늘린 것에 대해 상세하게 해명을 받아보라고 ‘권고’하기 바란다. 버거코인 상장과 상장 후 투자자 보호를 어떻게 챙길 것인지 업비트로 하여금 ‘계획서’을 만들어 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 바란다. 업비트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이다.
# 버거코인 투명화, 정책 효과는 세 배
금감원의 이러한 권고와 의견 제시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하다. 내년 선거에서 500만~800만 표는 용산 지지로 돌아설 수도 있다. 무엇보다 명분이 있다. 버거코인 투명성 강화는 공매도 금지처럼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다. 1등하는 시장이 1등 대우를 받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을 실행하는 것 뿐이다.
버거코인들의 반발이 걱정이라고? 수이 코인 하나 상장 폐지시킨다고 국내 코인 시장 어떻게 되지 않는다. 콧대 높은 MSCI 눈치 같은 거 볼 필요도 없다. 주식과 달리 코인 시장에서 한국은 유동성으로는 탑티어 선진국이다. 싫으면 나가라고 하면 된다. 업비트 빔을 바라는 버거코인은 많다. 좋은 거 골라 비협의 상장하면 된다.
용산이 좋아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국격도 세우고, 투자자 보호도 하고, 선거에서 표도 얻는 상수 중의 상수 아닌가?
공매도 금지도 좋지만, 버거코인 투명화는 어떤 가? 정책 하나로 효과는 세 배다. 이복현 원장은 영민하다. 추진력도 있다. 대통령의 선거 구호가 있지 않나. “좋아, 빠르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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