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정부의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에도 햄버거와 주류 등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며 연말 고물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불안한 글로벌 정세에 석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 변동성도 커지고 있어 이달 인상될 전기요금 수준이 물가 변수로 거론된다.
5일 정부부처 및 업계 등에 따르면 햄버거와 유제품, 주류업계 등이 출고가를 올렸다. 유가와 환율 등 국제정세 불안 요소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정부의 물가안정 협조에도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는 올초에 이어 추가로 인상된 것이다.
유제품 가격은 8%대 원유(原乳)가격 인상에 덩달아 올랐다. 서울우유와 매일우유, 남양유업이 생크림과 요거트 가격 등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원재료인 우유를 비롯해 설탕·소금 등의 가격이 뛰자 다른 식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맥주 ‘켈리’와 ‘테라’, 소주 ‘참이슬’의 출고가를 평균 6.8~6.9% 인상한다. 앞서 맥주시장 1위 오비는 지난달 11일 맥주 ‘카스’ 등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햄버거 가격도 줄인상됐다. 맘스터치는 지난달 31일부터 닭가슴살을 이용하는 버거 4종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올초에 이어 또 올랐다.
맥도날드는 이달초 빅맥을 포함 총 13개 메뉴 가격을 평균 3.7% 인상했다. 이에 대표 메뉴인 빅맥의 가격이 5200원에서 5500원이 됐다. 맥도날드는 지난 2월 일부 제품가를 5%대 인상한 바 있다. 이처럼 경쟁사에서 가격을 올리면서 버거킹과 롯데리아 등도 관행처럼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고물가 분위기는 3개월 연속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100)로 1년 전보다 3.8% 올랐다. 상승폭은 지난 8월(3.4%), 9월(3.7%)에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확대됐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식료품 및 외식 가격 오름세까지 더하면 연말께 고물가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에너지 요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 차례 에너지난을 겪은 데 이어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까지 불거지며 국제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의 산유국까지 확전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되며, 국제 유가는 예상 만큼 크게 요동치진 않고 있다. 국내 휘발유·경유 등도 안정세를 되찾는 분위기다.
관건은 전기요금 인상 수준이다. 앞선 에너지난 때 미처 올리지 못해 한전의 역대급 적자를 야기한 전기요금이 이달 중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및 당국에 따르면 고물가에 총선을 앞둔 상황이란 변수가 있지만 전기요금은 4분기 인상이 유력시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치적 일정과 관련한 고려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도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방안은 안된다”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인상 수준이 문제다. 한전의 적자 해소만을 보고 올리기엔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어서다. 앞서 김동철 한전 사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이행한다면 올해 45.3원을 인상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는) 그에 못 미친다. (그러면 이번에) 25.9원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추 부총리는 “요금 조정이 필요할 때 해야 하지만 국민 경제 부담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 가축 전염병 발생 등의 리스크도 변수다. 처음보는 럼피스킨병(LSD)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까지 겹치면서 발병 농가에서 소와 오리 등을 살처분 조치를 하고 있다. 소 바이러스 감염병인 럼피스킨병이 경북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수평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럼피스킨병 사태가 농가 피해를 넘어 물가 인상까지 확대되지 않도록, 조기 안정화를 위해 차단 방역 수칙을 준수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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