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사상 네번째
정부 “불법 공매도, 시장 공정성·신뢰 저하”
“불법공매도 실시간 적발 시스템, 대안 검토할 것”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성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오는 6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공매도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한해 부분 허용되고 있다. 앞서 2020년 3월 코로나19 영향에 주식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뒤 2021년 5월 일부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다.
과거 3차례(2008·2011·2020년)의 공매도 전면 금지 때와 동일하게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 등의 공매도는 계속 허용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내 증시 사상 네번째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발표한 자리에서 “정부는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행화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분쟁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요국 대비 국내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등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러한 시장 불안 속에서 최근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고 추가적인 불법 정황까지 발견되는 등 불법 공매도가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하고 시장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자본시장법 제180조제3항에 따르면 금융위는 증권시장의 안정성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한국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차입공매도를 제한할 수 있다.
정부는 8개월 간의 공매도 금지 기간 전향적인 공매도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기관과 개인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간 대주 상환기간 연장, 담보비율 인하 등 제도 개선 노력이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개인과 기관 간 조건이 동일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 적발하기 위한 실시간 차단 시스템 구축 문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적발 사례를 통해 드러난 외국이·기관 투자자의 불법 공매도 실태를 면밀히 분석하고 시장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폭 넓은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며 “이를 토대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필요시 국회과 긴밀히 협의해 입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글로벌 투자은행(IB) 전수조사를 통해 무차입 공매도를 강력히 적발·처벌할 예정이다. 처벌 및 제재 수단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단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에 적발된 글로벌 IB들은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 시스템을 장기간 방치했고 공정한 가격형성을 방해했으며 불법 공매도가 만연해 있다는 의심을 한층 고조시키게 됐다”며 “현재에도 일부 글로벌IB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이며 특별조사단에서는 공매도 거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약 10개 글로벌IB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최대한의 과징금과 형사처벌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처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조성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공매도 제도가 모든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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