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형섭 최홍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한시적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발표한 데 대해 “세계적인 흐름도 당연히 보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상황을 고치지 않고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건실하게 발전하기가 어렵다”며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한테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 6월말까지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발표한 뒤 가진 질의응답에서 “지금 같은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거의 관행적인 불법행위를 그대로 놔두고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합법적인 거래가 아닌 불법적인 거래에 의해서 물량이 많이 거래되고 이로 인해 거래가 왜곡되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지금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상황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어떻게 튈지도 모르는 환경적인 불안정성과 불법 공매도가 결합하면 증시 변동성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상반기 이후 공매도 재개 여부와 관련해서는 “공매도를 금지한 이유는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이고 해외 주요 IB(투자은행)들의 관행적인 불공정 거래가 계속되는 한 자본시장에서의 공정한 가격 형성이나 거래 질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내년 6월에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여부와 시장 동향,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의 시행상황 등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브리핑에 함께 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와 관련해 “지금 진행하는 조사는 단순히 1~2개의 증권사 내지는 IB 등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좀 더 광범위하고 본질적인 운영과 관련된 신뢰의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점검이 필요한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들을 뒷받침할 정도의 조사는 진행된 상황이고 적절한 시기가 되면 증선위 등을 통해서 가능한 올해에 몇 가지 내용은 말씀드릴 수 있도록 진행을 예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요지이다.
-과거에는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19 등 급격한 시장 불안 상황에서만 공매도를 금지 했었는데 기존의 방침과 다른 것 아닌가.
“자본시장법 제180조제3항은 공매도 금지를 결정함에 있어 시장 안정과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하는지 여부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의 주가 변동성이 해외 주요증시 대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심화되는 등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기관투자자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반복되고 최근 사례와 같이 글로벌 IB의 관행화된 불법 행위가 계속 적발돼 증권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증시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위해 공매도 전면금지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공매도를 전면재개 하는 것인가.
“오늘 임시금융위원회에서 의결한 공매도 금지 기간은 내년 6월말까지다. 지금 상황에서 공매도를 금지한 이유가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이고 해외 주요 IB들의 관행적인 불공정 거래가 계속되는 한 자본시장에서의 공정한 가격 형성이나 거래 질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6월에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여부와 시장 동향,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의 시행상황 등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다.”
-금감원이 글로벌 IB 전수조사 중인데 현재 조사 상황은.
“구체적인 조사 상황에 대해서까지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다만 지금 진행하는 조사는 단순히 1~2개의 증권사 내지는 IB 등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좀 더 광범위하고 본질적인 운영과 관련된 신뢰의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점검이 필요한 내용들이다. 그런 것들을 뒷받침할 정도의 조사는 진행된 상황이고 적절한 시기가 되면 증선위 등을 통해서 가능한 올해에 몇 가지 내용은 말씀드릴 수 있도록 진행을 예정하고 있다.”
-코로나 당시에는 국제적 흐름이었지만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단독행동이어서 해외투자자 정서에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다. 외국인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조치도 고려하는가.
“지금 같은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거의 관행적인 불법행위를 그대로 놔두고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것을 일단 개선하는 것이 저희의 법적 의무이자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중장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세계적인 흐름도 당연히 보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상황을 고치지 않고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건실하게 발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한테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매도를 금지한다면 증시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는가. 코로나 때 공매도 전면 금지로 오히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가격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실증 분석이 있는데.
“공매도의 장단점과 변동성 관련해서는 사실 여러 가지 연구 결과가 있고 지적한 포인트는 저희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합법적인 거래가 아닌 불법적인 거래에 의해서 물량이 많이 거래되고 이로 인해 거래가 왜곡되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여러 가지 불확실한 요인이 많은데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어떻게 튈지도 모르는 환경적인 불안정성과 불법 공매도가 결합하면 변동성은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엇인가 조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공매도가 전면금지된 국가가 있는가.
“공매도가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많이 금지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저희도 인정을 하는데 지금 공매도 전면금지가 나오게 된 이유가 우리나라의 특이한 상황 때문에 일어난 것이고 그렇다면 굳이 해외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고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로벌IB 2곳의 불법 공매도 적발 때는 불법 공매도가 각 종목에서 거래 비중이 굉장히 낮아서 주가에 어떤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했는데 입장이 달라진 것인가.
“그때 취지는 통계학적 내지는 과학적 인과관계의 입증 차원에서 공매도로 인한 가격 왜곡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서 구분해서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씀드린 것이었다. 반대로 공매도로 인해서 다른 가격 왜곡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 있느냐 없느냐와 관련된 학술적 논쟁에 대해서는 양쪽 방향이 다 있다. 어쨌든 시장에 참여하는 주요 기관 내지는 증권사 다수가 특정 영역에서 불법적 행위를 했거나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난 적은 아마도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에 저희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됐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실제로 최근 주가 변동성이 불법 공매도와 직접적 연관돼 있다는 데이터나 실질적인 근거가 있는가.
“데이터를 실제로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직관적으로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불법 공매도의 양이 굉장히 많으면 불법 공매도가 없었을 때보다는 분명히 가격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다. 이것을 갖고 객관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적은 아직까지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가.
“개인과 기관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는 나름대로 개선했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의견이 많다. 예를 들어 담보비율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도 다시 한번 들여다볼 방침이다.”
-공매도가 금지되면 현재 체결돼 있는 공매도 계약이 있을 텐데 이건 어떻게 되는 건가.
“지금 계약이 된 것은 일단 오늘 결정이 되고 내일부터 시행되니까 아마 소급해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통상 자본시장에서 개인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관이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개인과 차입 조건이 동일하지 않은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인데.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지금 상당히 해소됐다고 보는 입장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시각도 많다. 그래서 이것을 공론화하고 전문가와 언론을 모두 참여시켜 어느 게 맞는지 검토할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이렇게 합리성이 없이 양측 간에 차이가 있다는 말이 안 나오도록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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