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비트코인이 연초 대비 100% 넘게 올랐음에도 전세계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기관 투자자 진출에 따른 수급 손바뀜에서다. 전문가들은 내년 1월 출시가 예정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계기로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6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 가상자산 개인 거래 비중은 상반기 8%에서 하반기 9%로 1%p(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비트코인이 1년 전 글로벌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당시 2000만원에서 최근 4700만원을 돌파하며 두배 넘게 급등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하지 못한 셈이다.
이는 가상자산을 매집하는 전세계 기관 투자자 비중이 확대된 영향이다. 그간 가상자산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과 달리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주도적인 매수 주체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0%에 불과했던 기관 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60%로 3배 증가했다.
이들은 올해 하락장에서도 비트코인 매집을 늘리며 단기적 가격 하락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온체인데이터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관 투자자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비트코인 고래 지갑 수는 10개월 이래 최대 수치인 1611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진 하락장에서 집계된 수치다.
기관 투자자들의 매집은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센티멘트는 “비트코인 고래 지갑은 지난 9월 27일 이후 비트코인 4만6173개(2조1701억원 규모)를 추가했다”며 “이런 지속적 축적은 2022년 들어서는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윤창배 업비트 투자자 보호센터 연구원은 “국가별 진입 규제와 개인투자 허용 여부 등에 따라 개인 투자자 진입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그만큼 기관 투자자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페이팔과 테슬라 등 기업의 가상자산 투자가 이미 유명한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며 “글로벌 기관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 확대와 이에 따른 수급 손바뀜 영향으로 개인 투자자 증가 폭이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출시될 비트코인 현물 ETF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투자 접근성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러 제약에 따라 비트코인을 현물로 매수하기 어려운 개인 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연구원은 “아크인베스트먼트와 블랙록, 반에크, 위즈덤트리 등 주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과 함께 단기적으로 매수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보통 ETF의 효과는 일반 개인 투자자의 투자 여건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 참여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10월 이후에 관심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며 “현물 ETF 승인 이후에는 개인 투자자 중 베이비부머 등 윗세대의 투자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