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공매도 금지 시행 첫날 국내 주식을 폭풍 매수해 증시 과열 양상을 불러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루 만에 ‘팔자’로 돌아서며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당초 시장에선 공매도 세력이 주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한 숏커버링(환매수) 효과로 추가적인 지수 상승이 가능 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폭등 하루 만에 다시 급락세로 전환하면서 증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특히 외국인의 행보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얼마만큼 숏커버링에 나설 지, 이대로 국내 주식을 계속 팔아치우며 이탈할 지 여부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가 시행된 첫 날인 6일, 하락장에서 박스권에 갇혀 있던 국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수는 전날 하루 만에 역대 최고치인 134.03 포인트 급등하며 단숨에 2500선을 탈환했다. 코스닥지수도 무려 7%가 이상 올랐고, 시장 과열로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그러나 증시는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서며 상승 분을 반납하는 모양새다. 이날 오후 12시 44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23%(80.91포인트) 하락한 2421.33을 기록 중이다. 코스닥 지수도 전일대비 3.62%(30.31포인트) 내린 819.36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은 전날 매수 사이드카 발동한 데 이어, 이날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오전 11시 48분 기준 코스닥150선물가격 및 코스닥150 현물지수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켰다.
전날 국내 시장에서 1조2000억원 가까이 폭풍 매수에 나섰던 외국인은 이날 장 개장부터 ‘사자’로 돌아서며 물량을 쏟아냈다. 같은 시각 현재 외국인은 2018억원어치 물량을 팔아치우고 있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루 만에 매도 포지션으로 돌아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심화될 경우 증시가 전일 급등에 따른 기술적 하락이 아닌, 추가적인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의 증시 전망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당분간 공매도가 쌓인 종목을 중심으로 증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외국인 이탈 현상이 심화될 경우 다시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 공매도 물량의 숏커버링이 발생해 단기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의 부작용이 출현해도 이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 업종이나 개별 종목에서는 당분간 공매도 금지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외국인투자자의 이탈 가능성을 점쳤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 2020년 3월 16일~6월 12일 개인투자자는 순매수를 나타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했다.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공매도의 주요 주체로 외국인 투자자를 지목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서는 공매도 금지 기간 공매도의 숏커버링 흔적보다 국내 주식에 대한 지속적인 매도 압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개인 투자자의 공세적인 주식 매수가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내 주식 시장의 반등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개미 투자자들은 이번 ‘공매도 금지’라는 특단의 대책이 하루 반짝 랠리로 그칠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에코프로 등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뒤 모처럼 손실 만회의 기회를 찾았으나, 반등 하루 만에 주가가 다시 고꾸라지고 있어서다.
전날 주가가 상한가까지 치솟았던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이날 각각 2.42%, 9.36% 하락 중이다. 전날 25.30% 급등했던 엘앤에프 역시 이날엔 주가가 15.56% 내리고 있다. 이들 세 종목은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 비중 1~3위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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