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세계 3대 과학학술지인 ‘네이처'(Nature)가 상온 초전도 물질을 발견했다는 미국 한 연구팀의 논문을 철회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네이처는 이날 자체 내부 조사 끝에 미국 뉴욕 로체스터대 기계공학·물리학 조교수인 랑가 디아스와 연구팀이 발표한 상온 초전도체 발견 관련 논문을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네이처는 “(이 논문에 대한 과학계) 우려가 신뢰할 만하고 상당하며,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디아스와 다른 저자 두 명이 논문 철회에 동의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초전도는 일부 물질이 에너지 손실 없이 전류를 통과하는 능력으로, 비현실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만 볼 수 있다. 매우 높은 압력을 필요로 하며, 상온에서는 관찰하기 어렵다.
디아스 연구팀은 ‘질소 도핑된 루테튬 수소화물의 주변 초전도성 증거’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희토류 금속 루테튬을 수소 및 질소와 혼합했을 때 섭씨 21도가량 조건에서 초전도 움직임이 관찰됐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압력을 받으면 이 물질이 밝은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한다며, SF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물질 ‘레드매터'(reddmatter)에서 착안해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발견이 사실이면 에너지 그리드, 배터리 기술, 컴퓨터 프로세서 및 다른 전기 시스템 효율을 높여 ‘혁명’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논문 발표 즉시 의구심을 제기했다. 스위스 제네바대 명예교수인 물리학자 디르크 판데르 마렐은 앞서 네이처가 철회한 디아스의 이전 초전도 연구를 인용하며 “유사한 문제가 숨어있을 수 있다”고 제기했다.
몇 주 뒤 네이처에 공식 항의가 접수됐으며, 코넬대 물리학자 브래드 램쇼와 플로리다대 제임스 햄린은 지난 4월 연구에서 제공된 데이터로는 핵심 차트가 재현될 수 없다는 내용의 비평문을 네이처에 제기하기도 했다.
다른 과학자들도 논문에서 설명한 방법을 따라 물질을 만들었지만, 상온에 가까운 초전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디아스는 지난 9월 WSJ과 인터뷰에서 “연구 과정에서 데이터 조작이나 허위 진술에 관여한 바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었다.
칼 지멜리스 네이처 응용·물리과학 수석 편집자는 “매우 실망스러운 상황”이라며 “논문 결론을 훼손하는 정보가 밝혀질 경우 취하는 출판 후 조치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