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7개월 연속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점검으로 주택담보대출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기타대출(신용대출 등)이 크게 늘어나며 이번 증가세를 견인했다. 이에 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범위를 확대함과 동시에 장기·고정금리 모기지 대출을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은행 고정금리 실적, 예보료 차등평가에 활용
금융위원회는 8일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10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6조3000억원 늘며 7개월 연속 증가했다. 9월에 잠시 주춤하는 듯 했던 가계부채 증가폭이 10월 들어서는 2.6배 이상 확대됐다.
주담대는 5조2000억원 증가해 전월 주담대가 5조7000억원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줄긴 했다. 그러나 9월에 추석 상여금 유입 등으로 3조3000억원 감소했던 기타대출이 기저효과 등으로 10월에 1조1000억원이 늘었다.
금융당국과 관계부처는 보다 강도 높은 정책적 노력을 취하기로 했다.
우선 DSR 규제를 더욱 내실화할 계획이다.
취약층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는 범위에서 DSR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한편, 현재 논의 중인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을 다음달 중 발표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DSR 산정시 가산금리를 추가 적용하는 규제를 뜻한다.
또 은행들 스스로 장기·고정금리 모기지 대출을 적극 취급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유인구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은행별 고정금리 대출실적을 예금보험료 차등평가 보완지표에 반영하는 방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그간 혼합형 대출을 확대하는데 기여했던 ‘고정금리·분할상환 행정지도’를 개편하고, 순수 장기·고정금리 대출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행정지도를 내년 1분기에 발표한다.
아울러 장기·고정금리 대출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 커버드본드에 대한 인센티브(예대율 규제 완화 및 주신보 출연요율 우대)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과도해지지 않도록 모니터링도 강화하기로 했다.
은행권에 대해서는 개별 은행별로 가계대출 항목별·용도별 증가추이를 점검하고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높은 은행에 대해서는 관리 방안 협의 등 구체적인 조처를 할 방침이다. 제2금융권도 업권별 협회 등을 중심으로 대출관행 및 대출속도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또 고금리 상황에서 차주들이 부담 없이 대출을 상환하거나 낮은 금리 대환대출을 통해 상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중도상환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도 금융권과 협의하기로 했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계부채 관리는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장기적인 시계를 갖고, 금융사와 금융이용자의 대출관행·행태를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금융현장에서 상환 범위 내에서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빌리는 대출관행이 뿌리 깊게 정착할 수 있도록 정교한 제도적 인센티브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량규제 없어…은행 소통하며 점검”
한편, 김태훈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가계대출 모니터링 방안과 관련해 “은행별로 강제적으로 대출 양을 관리하는 총량규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 혼란 없이 관리가 가능하도록 은행권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DSR 규제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선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이런 한계 때문에 안심전환대출 등 서민금융 상품을 DSR에서 제외해 온 것이지 특례보금자리론만 특별히 우대해 준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계부채 증가세를 견인한 기타대출에 대해서는 “추석 등 연휴가 길어지면서 휴가나 소비가 늘어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다만 과거처럼 신용대출이 주택 구매에 쓰이지 않았다. DSR 규제로 총부채에 한도가 걸리기 때문에 주담대 한도가 묶이면 신용대출 역시 함께 묶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도상환 수수료를 한시 면제할 경우 대출 금리가 상승할 우려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좌지우지할 것은 아니고 금융권 동의가 필요하다”며 “고정금리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반 마련을 통해 장기적으로 결실을 보는 과제일뿐더러 차주 판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그럴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