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당국이 증권사 종목 보고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장사들이 이유없이 기업탐방을 막지 못하게 하는 등 애널리스트가 소신있는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호하되 애널리스트의 성과 평가 방식을 개선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연내 발표를 목적으로 증권사 리포트 관행 개선 방안을 준비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 3월부터 증권업계와 함께 증권사 리포트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9개월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간 증권사들의 종목 리포트는 ‘매도’ 의견 없는 ‘매수 일색’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매도 리포트가 없는(전체 리포트 중 0.0%) 증권사가 26곳에 달한다.
기업·회사(증권사)·투자자 눈치 등에 소신있는 셀(sell) 리포트를 내지 못하게 되면 그 부정적 영향은 투자자에게 돌아온다는 문제가 있다. 제도권 리서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하락, 투자자들이 유튜브나 비전문가 등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애널리스트들이 소신있는 리포트를 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다. 거론되는 안으로 애널리스트의 기업 탐방을 막는 상장사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과 증권사 내 리서치 부서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안 등이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정보를 얻기 위해 탐방을 가야 하는데, 매도 리포트를 쓰고 기업 탐방이 불허되거나 필요한 정보를 공유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리포트 작성에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면 애널리스트로서 일을 영위하는 것부터 힘들어지기 때문에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에 리서치 관행 개선에 앞서 상장사들의 기업설명(IR) 의무를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업계에서 제기돼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IR을 안하는 상장사가 가장 문제”라며 “매도 리포트 쓰면 탐방 막고, IR도 안하니 투자자들에게 투명한 정보가 제공될 수 없고 애널리스트들도 소신있는 리포트를 쓰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또 “IR조차 안하는 회사에 대해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를 쓰긴 매우 부담스럽다”며 “스몰캡(중소기업) 리포트가 나올 수 없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또 많은 증권사 리서치 부서가 법인영업이나 IB(주식·채권발행쪽)의 백오피스 역할까지 하면서 독립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운 구조도 매도 리포트 실종과 관련이 깊다. 금감원은 증권사 내에서 리서치 독립성을 높이고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 방식을 개선하는 등 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과도한 규제가 리서치 보고서 자체를 없앨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소신있게 리포트를 쓰도록 유도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도권 리서치를 손보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린다면 러서치 산업 자체가 더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현재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업계과 TF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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