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2, 3분기 회복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추석 즈음을 기점으로 관망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한 지역이 나오는거 하면, 분양시장에서도 입지와 분양가 측면에서 메리트가 없는 단지는 미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서 ‘김포의 서울 편입’이라는 획기적인 이슈를 들고 나온 상황에서도 부동산 시장은 잠잠하기만 하다. 시중 대출금리 상승, 저가매물 소진 등으로 거래가 뜸해진 이 상황이 내년 초까지 이어지리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6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국(0.04%→0.03%), 수도권(0.07%→0.04%) 및 서울(0.07%→0.05%)에서 상승폭이 전주 대비 축소됐다.
노원구(0.01%→-0.01%, 강북구(0.01%→-0.01%)는 내림세로 전환됐고, 핵심지역인 서초(0.02%→0.01%, 강남(0.03%→0.00%)도 상승률이 미미하거나 보합 전환했다.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9월11일 89.8까지 올랐다가 그 뒤로 대체로 하락세를 보이더니 6일 87.6까지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이 처럼 얼어붙은 매수심리가 연말과 내년까지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신영 리얼투데이 PR본부장은 “거래가 뜸해지면서 관망세를 보이는 상황이 내년 총선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분양시장도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분양가 민감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본부장은 “내년 강남 대단지가 분양 때 청약 경쟁률은 높을 수 있겠지만 자금조달이 어려워 실제 계약률은 낮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도 “정부 정책 방향성과 금리 등의 요소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었다가 9월 들어 방향성이 변하다보니 ‘김포의 서울 편입’ 같은 호재도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시장으로 재편됐다”며 “신축 수요가 꾸준하긴 하지만 수요자들은 분양가나 입지가 확실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의 상승세도 내년 상반기에는 보합 혹은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겠다”며 “내년 금리가 내린다고는 하지만 하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중동이나 러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심리가 얼어붙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의 동탄~수서간 구간이 내년 3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통상 철도 노선이 새로 뚫리면 계획 발표, 착공, 개통때 각각 가격이 뛰는 경향이 있지만 내년 추가로 가격을 올릴 여력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A노선의 핵심인 삼성역은 2028년 이후에나 운행 가능하기 때문에 그 전까진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GTX는 발표 후 추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가격적으로 이미 선반영 됐다고 본다”며 “수혜를 보는 이들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수는 있겠지만 바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재료로는 시중 금리, 금융정책 등이 꼽힌다.
고 대표는 “은행이 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한 수신 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대출금리도 상승하면서 거래량이 떨어지고 가격도 횡보하는 시장이 길어지는 모습”이라며 “연말 기점으로 수신 경쟁이 잦아들고 금리가 떨어지면 실수요자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수석위원은 “금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특례보금자리론 등 상품의 출시 같은 금융정책이 변수가 될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1기 신도시나 GTX 관련 공약도 지역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전셋값 상승 추이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 전세가는 갈수록 오르고 있다. 부동산원 주간 통계 기준 25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함 랩장은 “내년 서울 입주가 약 만 가구밖에 안 돼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재료들의 밸런스를 고려할 때 매매가가 오를 만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전세가 얼마나 오르느냐도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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