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강남4구 중 한 곳인 강동구에서도 미계약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자 아파트 구매심리가 한풀 꺾여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데다 고분양가 부담이 작용하면서 서울 주요 입지에서도 완판 실패 단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공급하는 ‘더샵 강동센트럴시티’가 지난 11~12일 미계약 27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더샵 강동센트럴시티는 지하철 5호선과 8호선 천호역 더블역세권 입지로, 아파트 670가구와 오피스텔 324실, 오피스 221실이 함께 조성되는 주상복합 단지다.
지난달 최초 분양 때 평균 59.3대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하지만 막상 계약을 앞두고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전체 일반분양 물량 168가구의 약 16.1%에 해당하는 27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미계약 원인으론 비싼 분양가가 꼽힌다. 일반분양 전용 84㎡의 최고 분양가가 14억2640만원이었다. 발코니확장비(1950만원)와 옵션 등을 포함하면 15억원에 육박한다. 주변 시세에 비해 비싼 분양가로 평가되면서 계약 포기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인근 6년차 999가구 규모 ‘래미안강동팰리스’의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13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초만 해도 ‘완판’ 행렬이 이어졌던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미계약이 속출하며 분위기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지난 9월 말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판매를 중단하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청약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분양에 나선 서울 성북구 ‘보문 센트럴 아이파크’도 공급 물량 97가구 중 28%에 달하는 24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또 서울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높은 경쟁률로 1순위가 마감됐지만 계약 포기가 잇따랐다. 호반써밋 개봉은 전체 공급물량의 38%가량인 72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나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로 수요자들이 분양가에 민감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이른바 ‘안전마진’이 없는 단지에는 청약 수요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도 분양가에 따른 수요자들의 선별 청약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금리가 높아지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조달에 대한 청약 수요자들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분양가가 높은 단지는 입지 등 분양가를 뛰어넘는 매력을 갖고 있지 않는 한 계약에 이르는 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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