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지난해 국회에 가로막힌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 카드를 정부가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요건을 완화해 세금 회피 매물에 따른 주식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단 취지에서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의 증시 불확실성을 더 확대하지 않기 위해 이 같은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3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주식 양도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주주 기준 상향은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매년 연말을 앞두고 대주주 기준 완화를 요구해왔다. 연말만 되면 주식시장에서 일부 큰손 개인들이 보유 지분을 대주주 요건 이하로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증시 안정을 위해 대주주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의 경우 대주주 확정일(12월28일) 전날 개인 순매도 1조5000억원어치가 발생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규모 자금이 증시로 유입됐던 2020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월이면 다시 매수로 돌아서는 경향이 나타나긴 하지만, 대주주 요건 완화가 연말 매도·연초 매수 등 주식 시장 왜곡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양도세 회피 물량은 펀더멘털과 관련 없는 매도 압력”이라며 “일반적으로 개인 거래 비중이 높은 중형주와 코스닥을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연내 확정되면 최근 5년 간 앞당겨지고 있던 양도세 회피성 물량 출회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정부와 여당은 올해부터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2년 미루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는 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 세제개편안에 넣었지만 대주주 기준 상향이 부자 감세에 그친다는 야당 측 반대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대신 가족 합산이 아닌 본인 기준 10억원 이상일 경우에만 대주주로 인정하는 것으로 조율을 마쳤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상장주식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 이상인 대주주는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번 대주주 요건 변경에서도 관건은 여야 합의일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는 전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지난해 여야 합의로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전반적 과세가 시행되기로 했다가 2년 유예를 했다”면서 “대주주 10억원에 대한 기준은 내년까진 유지하기로 여야 간 합의가 있었다. 변화가 있으려면 (야당과의)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주주 기준액을 상향하는 일은 국회 입법 절차 없이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정부의 대주주 기준액 상향 검토 소식에 개인 투자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주식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세금 부담까지 얹으면 큰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발생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들이 떠안는다는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건 큰 손인데 높은 세금을 내면서 국내에 머물 큰손은 없을 것”이라며 “결국 국내주식에서 이탈해 미국주식으로 가거나,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부자 감세에 그친다는 지적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 수가 적어 사실상 개미를 위한 감세 정책이 아니란 지적이다. 또 올해 고금리 영향으로 세제 완화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단 목소리도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해 주식 양도세를 신고한 인원은 전체 투자자의 0.0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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