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주요 기관들이 연이어 우리나라의 물가 전망치를 높여 잡으면서 고물가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동 분쟁에 따른 고유가와 환율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10월 물가는 이미 정부와 한국은행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11월에도 3%대 중반대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은이 물가 전망치를 높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랐다. 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으로 3개월 연속 3%대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로 정점을 찍고, 이후 대체로 내림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1월 5.2%를 기록한 후 4월에는 3.7%로 떨어지더니 7월에는 2.3%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8월(3.4%)부터 다시 반등해 석달 연속 3%대로 올랐다.
최근 물가 오름세는 농산물 가격 상승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간의 분쟁에 따른 고유가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10월 브렌트유의 배럴당 평균값은 88.7달러로 90달러에 육박해 한은의 하반기 전망 기준치인 84달러를 상회한다.
최근에는 고환율까지 물가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10월에 불거진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시장 금리 오름세가 환율에 영향을 미치면서다. 9월 만해도 평균 1329.47원이던 원·달러는 지난달 1350.69원으로 1.6% 뛰었다.
이 결과 10월 수입물가지수는 140.38로(2015=100)로 전월대비 0.5% 상승해 7월부터 4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물가는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인플레이션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최근 물가 경로가 정부와 한은의 예상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초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비자물가와 관련해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물가 상승률은 10월부터 다시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월 소비자물가는 3.8%로 9월(3.7%)보다 되레 올랐다.
11월 물가 역시 2%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가와 환율 불안정에 일부 곡물가격 상승 등 대외 여건 불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는 12일 한 방송에 출연해 “11월에는 3.5~3.6% 안팎의 물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외 기관들도 최근 우리나라 물가 전망치를 줄줄이 높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개 주요 투자은행이 10월 말 기준 보고서에서 언급한 내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평균 2.4%로 전월 전망치 평균(2.2%)과 비교했을 때 0.2%포인트 상승했다.
HSBC와 씨티가 각각 2.1%, 2.3%에서 2.5%로, 노무라가 1.7%에서 2.3%로 전망치를 높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9일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치를 각각 3.6%와 2.6%로 지난 8월보다 0.1%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금융연구원이 제시한 물가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각각 3.6%와 2.4%다.
이에 따라 한은 역시 이달 말 11월 경제전망에서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지난 전망 대비 물가목표 수렴 시기가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지난 8월 한은이 제시한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치는 각각 3.5%와 2.4%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10월 물가는 농산물과 유가 변수로 헤드라인 위주로 예상 물가 궤적을 소폭 벗어났다”면서 “물가 목표 수렴 시점이 다소 지연됐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동안 고물가가 유지될 것”이라면서 “원자재 가격 오름세에 기업들의 전기요금까지 오르면서 잠재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존재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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