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관 공매도 상환기간·담보비율 통일…”개인 유리해져”
기관들 자체 전산 의무화…실시간 불법 방지 시스템은 추가 검토
불법 공매도시 ‘증시 퇴출’…시장조성자·LP 공매도 따로 집계
[서울=뉴시스]우연수 하지현 기자 = 금융당국이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 거래 조건을 동일하게 한다는 내용의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가 원점에서부터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지 열흘 만이다.
이번 개선안에는 기관 투자자들의 내부 전산 구축 의무화와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따로 집계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불법 공매도시 10년 간 주식거래를 막는 등 증시 퇴출 방안도 추진한다.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에 대한 공매도 예외적 허용은 추가 점검을 진행하고 이상 징후 발견시 신속히 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유관기관과 업계, 전문가 논의를 거쳐 이 같은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의 큰 틀을 마련했다. 국회 논의와 정책 세미나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고 국회에서 입법화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기관·개인, 주식 대여 조건 통일…사실상 개인에게 ‘유리해져’
우선 금융위는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거래 조건을 통일시키는 방안을 내놨다. 공매도는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와 매도한 뒤 해당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 싼 값에 매수해 주식을 갚는 거래를 말하는데, 그간 개인과 기관이 주식을 빌려오는 조건이 다르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됐다.
이에 기관이 주식을 빌리는 ‘대차’와 개인이 빌리는 ‘대주’의 주식 차입 상환기간을 똑같이 ’90일+α’로 통일하고, 담보 비율도 105%로 통일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기관 대차는 상환 기간에 법적인 제약이 없으며 당사자 간 계약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되, 대여자가 중도 상환을 요구하면 바로 상환해야 한다. 개인은 한국증권금융 대출업무 규정상 90일까지 가능하며, 무제한 연장이 가능(90일+α)한데, 기관도 개인의 조건에 맞추기로 한 것이다.
개선안대로라면 주식 대여에서만큼은 개인이 더 유리한 조건을 가져가게 된다.
개인은 중도 상환을 요구받지 않고 최소 90일을 보장받는 반면, 기관은 정해진 90일+α 기간 내라 해도 대여자가 요구하면 즉각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주식과 채권으로 담보 비율을 잡을 때도 개인이 기관보다 유리하다. 기관 대차에선 코스피200 주식에 대해 담보비율 135%를, 기타 주식에 대해선 155%를 적용하는 반면 개인은 코스피200에 대해 120%, 기타 주식은 대차 수준의 담보비율을 적용한다.
◆실시간 불법 차단 시스템은 추가 검토…기관투자자 내부 전산화부터
개인 투자자들이 그간 강력히 요구했던 실시간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2020년 국회, 유관기관, 전문가 등과 논의한 결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냈으나, 이번에 원점에서 재검토를 추진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민당정 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으로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에 대해 사전적인 준비를 하고 있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실무 담당자들이 TF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기관 투자자에게 내부 전산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는 방안은 이번 개선 방향에 포함됐다. 기관들은 또 내부통제 기준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는 자체적으로 매도 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할 수 있도록 매매 내역과 잔고, 대차를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산시스템 적용 예외 대상을 포함한 모든 공매도 기관투자자는 무차입 공매도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적용 대상은 공매도 거래가 소규모이거나 증권사에 이미 대차 계약 증빙을 제출하고 있는 기관을 제외한 모든 기관투자자로, 금융위는 외국계 21개사와 국내 78개사(공매도 거래의 92%)가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산시스템 확인은 증권사가 담당할 예정이다. 증권사는 기관투자자 전산시스템을 확인한 경우에만 공매도 주문을 허용하고, 연1회 추가 확인 등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불법공매도하면 시장 퇴출…시장조성자 공매도 따로 집계
불법 공매도시 최장 10년 간 주식 거래를 제한하고 국내 상장회사·금융회사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등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제재 수단을 다양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또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다수 발의된 상황으로 국회 논의를 거쳐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공매도 공시 확대를 통해 정보 공개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공시 기준과 보고 기준이 달라 집계되는 잔고의 보유자가 전부 공시되진 않으며, 보고와 공시를 별도로 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현재 공매도 잔고가 발행량의 0.5% 이상인 투자자는 T+2일까지 공시해야 하며 거래소가 일별·종목별 공매도 거래량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공매도 순보유잔고는 현물 보유잔고에 대여잔고를 더한 뒤 차입잔고를 제외한 값이다.
보고 기준은 공매도 0.01%(1억원 미만 제외) 또는 10억원 이상이면 공매도 잔고를 보고해야 하며 이 보고 잔고를 토대로 공매도 통계가 발표되고 있다.
또 공매도 금지 기간 중 예외 거래(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에 대한 세부 통계가 제공되지 않아 투자자의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렵단 한계가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공시 기준을 보고 기준으로 강화해 0.01% 또는 10억원 이상 공매도 잔고 보유자는 공시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또 공매도 예외거래에 대해 시장조성자,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 기타 유동성공급자 등 유형별로 공개한다.
공시 기준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과 공시 시스템 개편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며 공매도 예외 거래에 대한 통계는 연내 시행한다.
금융위는 “제도 개선 방향을 바탕으로 공론화 절차를 거쳐 최종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하겠다”며 “추가 개선 과제가 있는 경우 함께 검토하고, 논의 결과에 따라 신속히 후속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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