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현호 기자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경제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으나, 최근 둔화된 인플레이션 수치가 나오면서 연착륙 전망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가 곧 경기침체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달라진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낸시 반덴 호텐은 “우리가 지금 기대하고 있는 것은 연착륙”이라면서 “우리는 경제가 상당히 약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완전한 위축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향후 1년 간 경기침체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달 조사에서는 경기침체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더 많이 나온 데 이어,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수치가 상당히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소 긍정적인 경제 전망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미국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9월 상승률인 3.7%는 물론 시장 예상치였던 3.3%도 밑도는 것이다.
또 인디드 노동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닉 벙커는 최근 소비 심리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과 관련, “약간의 난기류가 발생해 상황이 복잡해지기 전까지는 연착륙처럼 보인다”면서 “현장에 나가 보면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의 10월 소매판매는 7050억 달러로,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소매판매 감소는 올해 3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임금 상승세 약화 추세에 대해서도 WSJ는 언급했다. 미국 민간부문 10월 시간당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4.1% 상승했는데, 이는 2021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이처럼 각종 지표들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리키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미 축배를 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5월까지 금리 인하를 시작할 확률을 약 65%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에서도 올해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4.9%로 나타나는 등 경기가 둔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위험 요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내년 중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있는 노무라의 제레미 슈워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 여파로 많은 기업과 가계가 예상치 못한 충격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높은 차입비용으로 인해 기업의 부채 재융자 비용이 점점 더 커지고, 많은 중소기업들이 사업 확장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 재정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점도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신규 신용카드 연체자의 비율은 팬데믹 이전보다 높아졌다.
이같은 취약한 환경에서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나 기업의 채무불이행 또는 은행의 파산 등은 내년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슈워츠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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