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의 소비자 및 생산자 물가가 모두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날로 키우고 있지만, 연준 관계자들과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섣부른 인하 전망에 대한 경계감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각) CNN 등은 예상보다 낮았던 물가 지표에 환호한 투자자들이 연준의 다음 금리 결정에 앞서 인하 전망을 키우고 있으나, 투자자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은 기대했던 (완화) 정책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한 목소리로 경고 중이라고 전했다.
BMO 자산운용의 마영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11월 메시지와 비교해 크게 도비시(통화완화 선호)한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단 한 달의 지표만으로 판단을 내리길 꺼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내년 3월까지 금리가 동결된 뒤 5월 내지 6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확률을 40% 이상으로 보고 있다. 또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가능성은 제로로 판단 중이다.
한국시간 기준 17일 오전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 참가자들의 연준 기준금리 전망.[표=CME 페드워치] 2023.11.17 kwonjiun@newspim.com |
하지만 투자자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된다는 신호가 나오지 않는 이상 연준이 당장 통화 완화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RSM US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셉 브루수엘라스는 “연준이 정책 스탠스를 (완화 쪽으로) 편하게 변경하고 금리를 내리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LPL 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프리 로치는 “연준의 긴축이 끝났고,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쪽으로 내려오는 중이며, 미국 경제도 소폭 둔화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시장의 판단은 맞았다”면서도 연준으로부터 도비시한 메시지가 나올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라잇슨 ICAP의 로우 크랜달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서 아직 인하를 위한 여건이 완벽히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완화를 향해) 진전을 이룬 것은 맞지만 연준이 인플레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준 전, 현직 관계자들 역시 한 목소리로 완화 전망을 경계하고 있다.
이날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CNBC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선물 시장 전망이 (인하 쪽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연준은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는 신호를 주길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더 조지 전 캔자스 시티 연은 총재도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서 그간의 금리 인상이 경제에 충분한 영향을 주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자신들의 정책 방향이 옳다는 확신을 더해도 된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역시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를 반기면서도 성급히 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하는 데 경계심을 표했다.
이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역시 CNBC와의 인터뷰서 “통화 완화 정책은 현재 논의되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은) 금리 인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금리를 제한적 수준으로 얼마나 오래 유지할 지가 관건”이라면서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금리가 더 올라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