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환율이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4거래일 새 낙폭은 40원에 달한다. 미국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FOMC)의 금리 동결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둔화 발표 등 높아진 금리 인상 사이클 종결 기대가 달러의 힘을 빼면서다. 시장에서는 11월 FOMC 회의록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경제동향보고서(베이지북) 등 경제지표 발표에서 금리 인상 마무리 힌트가 더해질 경우 원·달러 1270원 대도 가능하다고 본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달 1일만 해도 1357.3원이던 원·달러는 전날 1291.6원으로 급락했다. 이달 들어 낙폭은 65.7원으로 최근 4거래일로 범위를 좁히면 하락 폭은 37.3원에 달한다. 전날 환율은 장중 1285.7원을 기록해 종가 기준 지난 8월1일(1283.8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원·달러가 미끄럼틀을 탄 배경에는 연준의 금리 인상 종결 기대가 있다. 이달 1일(현지시각) FOMC는 기준금리를 5.25~5.5%로 2회 연속 동결했다. 이어 14일(현지시각) 예상치를 밑돈 CPI 발표는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마무리 해석에 더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높이며 달러 가치를 떨어뜨렸다.
미국의 10월 CPI는 전년동월대비 3.2% 올라 시장 예상치(3.3%)를 하회했고, 근원 CPI도 4.0% 올라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CPI 발표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12월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9.83%로 치솟았고, 5월 금리 인하 예상도 63.46%로 솟구쳤다.
최근에는 금리 인상 마무리 전망에 근거를 더하는 경제 지표들이 줄줄이 발표되고 있다. 소매판매가 반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해 미국의 경기 냉각 전망을 높인데 다 유가 하락세도 물가 안정 전망과 위험자산 선호로 이어지며 달러의 힘을 뺐다. 지난달 말만해도 배럴당 85달러에 달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75달러대로 떨어졌다.
이 결과 달러의 주요 6개 국가통화의 상대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달 1일 106.88포인트에서 전날에는 장중 103.7포인트까지 떨어지며 약세를 보였다.
반면 원화는 강세다. 지난달 2300선을 하회했던 코스피는 짙어진 위험자산 선호에 짙어지며 전날 2491.2까지 올랐고, 730선까지 밀렸던 코스닥도 813.08까지 반등하며 원화에 힘을 보탰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은 각각 1004억원과 1709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엔화와 위안화 강세도 원·달러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13일 장중 151.95엔까지 치솟았던 엔·달러는 전날 149엔 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전날 장중 7.22위안에서 7.18위안까지 내려가며 강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경제는 중국 수출에 기댄 부분이 커 원화와 위안화는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다만 지난주 급락 여파에 따른 저점 매수세와 이달 21일(현지시각) 발표를 앞둔 11월 FOMC 의사록 발표 경계감은 원·달러의 하단을 제약하는 요소로 거론된다. 반대로 의사록에서 12월 기준금리 인상 종결에 대한 힌트가 나올 경우 달러 약세 압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단기간 원·달러 1270원대 터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번주 원·달러 예상 밴드를 1270~1320원으로 전망했고, 하이투자증권은 1270~1310원으로 제시했다. 신한은행의 환율 예상 범위는 1280~1315원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이번주 원·달러 환율은 미국 소비자물가 예상치 하회에 의한 미국채 금리 하락 및 달러약세 기조가 이어지며 하락 압력이 우세할 것”이라면서 “유가가 안정 흐름을 보이고, FOMC 의사록에서 무난한 결과가 나온다면 1280원대 안착을 시도할 전망”이라고 봤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 “달러 약세와 국내 증시 오름세에 따른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반영되는 모습”이라면서 “연준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1200원대 후반에서 1300원 사이에서 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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