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가 석 달만에 80달러 밑으로 밀려났다. 이런 추세라면 주요국들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가 앞당겨지고, 고물가 우려가 낮아지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하지만 OPEC+회원국들이 추가 감산을 논의하며 변수를 맞았다. 시장에서는 OPEC+의 원유 증산 관련 회의를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 “전쟁보단 경기” ‘뚝’ 떨어진 유가
23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각) 브렌트유 12월 선물 가격은 배럴당 0.13달러 오른 82.45달러에, WTI(서부텍사스원유) 12월물은 0.06달러 하락한 77.77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나흘간 임시 휴전 소식에도 국제유가는 큰 변동 없이 횡보했다.
국제유가는 9월 말만 해도 100달러를 넘봤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소식과 중동 분쟁 확전 가능성이 공급 위축 우려로 이어지면서다. 하지만 최근 중동 분쟁이 가자지구 내 교전으로만 나타나며 확전 가능성을 낮추자 국제유가는 공급 우려를 씻어내며 빠르게 식었다.
수요 부진 전망도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 둔화와 중국의 디플레이션 지표가 줄줄이 발표되면서 경기 냉각 신호를 높였고,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도 유가 약세로 이어졌다.
◆ 26일 OPEC+ 감산 논의에 쏠린 눈
내리막을 걷던 국제유가가 변수를 맞은 것은 산유국들이 유가 방어에 나서면서다. OPEC 산유국과 비OPEC 산유국들 간 협의체인 OPEC+회원국들은 이달 26일 회의에 나서 추가 감산 여부 논의에 나서기로 했다.
OPEC+ 회원국들의 감산 여부와 규모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골드만삭스는 “OPEC+가 내년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감산을 통해 80~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UBS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자발적 감산을 통해 내년 1분기까지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반면 감산에 나서되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어게인캐피털 LLC는 보고서를 통해 “감산 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큰 폭은 아닐 것”이라면서 “사우디는 생산량을 이미 많이 줄였기 때문에 얼마나 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높은데 다 수요 위축이 심각하다”면서 “이번 OPEC+ 회의에서 추가 감산 규모는 미미할 것”이라면서 국제유가가 연말 70달러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 유가불안정…한은, 물가 전망치 높일까
유가 불안정은 한은의 경제 전망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한은은 8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각각 1.4%와 2.2%를 제시한 상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와 2.4%다. 이는 올해 하반기 브렌트유를 84달러와 내년 평균 83달러로 전제했을 때 얘기다.
하지만 올해 6월부터 지난 20일까지 브렌트유 평균값은 이미 86달러에 육박해 가정치를 웃돌고 있다. 물가 전망치를 올리고, 성장률 예상치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초 대한상공회의소와의 세미나에서 “내년 유가가 90달러만 돼도 한은의 물가 예측이 많이 변할 수 있다”다고 언급했다.
유가 불안정은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이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우혜영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하락했다가 일부 되돌려지면서 물가 레벨 자체를 올릴 수 있다”면서 “한은으로서는 추가 인상을 고려하지는 않겠지만, 인하 시점에 대한 고민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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