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1. 취업준비생 A씨는 급하게 쓸 돈이 필요해 대출사이트에 문의 글을 올렸다. 5분 만에 불법대부업자가 A씨에게 연락해 대출조건을 설명하면서 가족과 지인들의 연락처를 요구했다. 이후 A씨가 약속한 기간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자, 대부업자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채무연체 사실을 알리겠다며 매일 연락해 폭언과 협박을 일삼았다. A씨의 실제 이자율은 연 260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 직장인 B씨는 불법사금융 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조건으로 연락처 공유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도록 요구받았다. 업체에는 연락처와 본인의 사진을 전송했다. 상환일이 경과하자 불법업체는 음란물에 B씨의 사진을 합성해 가족과 지인, 직장동료들에게 전송하며 상환을 독촉했다. B씨는 결국 직장에서 나왔고 대인기피증에 걸려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A씨와 B씨의 경우처럼 급전이 필요해 불법사금융을 이용했다가 큰 피해를 입는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수십만원 상당의 소액대출은 연 1000%가 넘는 금리가 적용돼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정부는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5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상담건수는 4만7187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4만5454건 대비 3.8%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불법 대부나 유사수신 등 피해에 대한 신고·상담건수는 1만62건으로 지난해보다 23.6% 급증했다.
금감원은 대부금융협회와 공동으로 지난 6~10월 불법대부광고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총 283개 사이트를 적발했다. 금감원은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의 주요 검색매체를 통해 접근 가능한 대부광고 사이트를 점검했다. 그 결과 지방자치단체 등록 대부업체 36개사의 사이트 58개와, 미등록 대부광고 225개를 적발했다.
미등록 불법대부업체들은 광고에 정부지원 정책금융상품으로 오인하도록 태극마크를 달거나 ‘정부지원’, ‘햇살론’ 등의 문구를 사용하는 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무직자 저금리 대출가능’, ‘연 3.2%’ 등의 문구를 사용해 저금리의 서민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것처럼 광고하기도 했다.
등록 대부업자들의 경우도 ‘정부지원’,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정부지원이나 서민금융상품으로 오인하도록 광고하면서 관련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또 ▲언론사 뉴스 기사의 형태로 소비자들을 기망하거나 ‘1금융’, ‘은행권 대출’과 같은 허위 사실을 광고하는 곳이나 ▲대부업법상 광고에 표시하도록 규정한 대부업 등록번호와 과도한 채무 위험성,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에 대한 경고문구를 생략한 경우도 포착됐다.
불법 대부업자들은 이름과 전화번호 등 대출 희망자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피해자는 보이스피싱 등의 추가범죄 위험에도 노출되는 실정이다.
이른바 ‘휴대폰깡’으로 통하는 내구제대출도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 사례를 보면 C씨는 포털 검색으로 알게 된 불법업체에서 휴대폰을 개통해야 대출 심사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2대를 개통했다. C씨는 이를 업체에 제공하고 현금 2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C씨는 통신사로부터 통신요금 580만원을 납부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현재는 통신요금 연체로 인해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 상태다.
최근 불법 대부업자들의 범행은 점점 더 악질이 되고 있다. 청년과 사회 취약계층에 폭리를 취하면서 담보로 받은 나체사진을 유포하는 식이다.
검찰은 최근 불법 추심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부업체 관리자 등 직원들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신용이 낮아 일반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어려운 피해자를 대상으로 연 3000~2만4000%에 달하는 폭리를 취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생계비나 치료비 등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회초년생과 영세상인, 신용불량자 등으로 나타났다. 불법 업자들은 피해자가 약속한 기간 내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로 받은 나체사진을 유포하고 가족과 지인들을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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