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몇 년 전 영끌해서 집을 고점에서 샀습니다. 대출금액만 2억7000만원이고, 매달 100만원씩 이자가 나가는데 집값은 계속 떨어집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이 집은 팔고 전세로 가는 게 맞을까요?”
지난해 한 차례 조정 이후 올해 회복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값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다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20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19주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세(0.00%)를 기록했다. 서울도 상승률은 0.03%에 그쳤다.
특히 주택시장 핵심 지역인 강남구도 -0.02% 하락을 기록했다. 강남구가 하락한 것은 31주 만이다. 서초구(0.00%)는 보합, 송파구(0.05%) 상승폭을 축소했다. 25개 구 중 가장 먼저 하락 전환한 강북구(-0.01→-0.03%)와 노원구(-0.01→-0.04%)도 일제히 하락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도·매수자간 희망가격 차이로 관망세가 깊어지는 가운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축소되고 매수문의 감소로 일부 단지에서 가격이 조정되는 등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1~3억 가까이 값이 떨어진 아파트 실거래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전용 78㎡는 지난달 31억원(7층)에 거래됐다. 지난 8월 신고된 직전 거래가 34억원(33층)보다 3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또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는 지난달 14일 21억7000만원(22층)에 팔렸으나, 약 한 달 뒤인 이달 9일에는 그보다 2억5000만원 하락한 19억2000만원(19층)에 실거래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용 76㎡의 경우 지난달 24억3000만원(14층)에 거래됐지만 이달 9일 23억7000만원(1층)에 손바뀜됐다. 거래량도 지난 8월 15건에서 9월에는 5건, 10월엔 4건으로 감소했다.
집값뿐만 아니라 주택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지난 8월 3857건을 기록한 후 9월 3372건, 10월 2281건으로 계속 감소했다. 10월 거래량은 이달 말까지 신고 기한이 일주일 정도 남아 있지만 현재 추세라면 3000건을 못 넘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559건까지 급감했다가 다시 회복하기 시작해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3000건을 웃돌았지만 지난 9월부터 그 수치가 다시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기금 약 40조원 조기 소진에 따라 9월 말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판매를 종료하는 등 정책대출이 축소되고, 최근 계속되는 고금리 기조와 매물 호가 인상으로 매수자들의 매수심리가 꺾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6.4으로 지난 7월 첫째 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추격 매수세가 붙기는 어렵다며 내년에도 집값이 ‘L자형’ 횡보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4년 주택시장은 수요 약세 지속, 공급 여건 악화, 시장 확장세 둔화 등이 지속되면서 ‘L자형 횡보세’가 불가피하다”면서 “주택가격은 시장여건상 가격, 거래, 공급이 동반 약보합 상황으로 수도권 아파트 기준 매매 1%, 전세 2% 내외의 제한적인 상승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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