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글로벌 코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던 중국계 거래소들이 최근 벌금과 해킹 등 잇단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코인 업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사법 리스크’와 ‘보안 리스크’가 모두 부각된 탓에 투자자 이탈이 예상되면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을 독점했던 중국계 거래소의 부진에 따라 미국, 한국 등을 중심으로 거래소 경쟁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와 HTX(구 후오비 글로벌)등 중국계 대형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최근 차례로 사법 리스크와 보안 리스크에 각각 휘말렸다.
◆바이낸스, 사법 리스크 직후 ‘1조원’ 빠져
우선 대표 중국계 거래소로 꼽히는 바이낸스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 등과 법적 소송에서 자금세탁 등 혐의를 인정하면서 5조원 규모의 벌금을 내게 됐다. 아울러 주요 가상자산 시장인 미국 내 사업 철수와 창업자 창펑자오 사퇴까지 짊어졌다.
바이낸스가 시장 점유율 약 40%에 달하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만큼 후폭풍은 거셌다. 이번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직후 투자자들이 하루 동안만 총 1조2500억원(9억5600만달러)을 인출한 것이다.
아직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민사소송이 남아있어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점유율 저하도 향후 난관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60%에 달했던 바이낸스 현물 시장 점유율은 사법 리스크 이후 37%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산하 리서치센터는 지난 24일 주간 동향 리포트를 통해 “불법 자금 운영자들이 바이낸스를 떠나면서 점유율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앞서 비트멕스 또한 미국 사법당국과의 소송 이후 이전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이어 “바이낸스가 비트멕스처럼 매출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비용 절감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에 따른 사업 축소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트멕스 역시 바이낸스처럼 비트코인 선물 시장의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며 거래량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미국 법무부(DOJ)에게 고소당해 혐의를 인정하면서 미국 사업을 철수했다. 이후 바이낸스에 점유율을 서서히 내주며 결국 1위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오비까지 삐끗…벌써 네 번째 해킹
후오비 글로벌로 더 많이 알려진 HTX도 4번째 해킹 공격을 받으면서 삐끗했다. HTX는 중국계 가상자산인 트론을 만든 저스틴 선이 인수한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다.
HTX와 HTX가 운영하는 HECO 체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간) 각각 1360만달러(177억원)와 8500만달러(1103억 원) 규모의 해킹 피해를 입었다.
이번 해킹 피해는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지난 9월부터 2개월간 총 4차례에 걸쳐 해킹 공격이 이어지자 보안 시스템에 심각한 결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블록체인 보안 업체 헤큰 측은 “이번 해킹 공격의 공통적인 목표는 저스틴 선이 운영하는 플랫폼”이라며 “모든 정황상 가장 가능성이 높은 원인은 (내부자에 의한) 개인 키 유출”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해당 플랫폼들은 개인 키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저장하는 프로세스를 확실히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코인 헤게모니 이동…미국·한국 거래소 주목
글로벌 코인 시장을 독점했던 중국계 거래소가 잇달아 휘청이면서 업계 헤게모니가 미국·한국계 거래소로 이동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그중에서도 각국 규제를 준수한 거래소를 중심으로 서열이 재편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레타 위안 VDX 연구 책임자는 “바이낸스나 FTX 등 사법 리스크로 자체 붕괴한 거래소들과 달리 규제의 틀에서 성장 기회를 잡은 거래소들이 부상할 것”이라며 “많은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거래소로 자금을 옮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가상자산 리서치 기업 임원 A씨는 “최근 중국계 거래소들이 무너지면서 다른 국가 거래소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코인베이스나 업비트 같은 미국과 한국 거래소들이 더욱 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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