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아구스틴 카스텐스(Agustin Carstens)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한국은행 본관 1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통화정책에 대해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고금리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거의 끝낸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언젠가는 (인하) 하겠지만 당장 내년이라고 하기는 이르다”고 봤다.
이어 “많은 국가들의 경우 고금리의 더 높은 비용의 영향을 느끼지만, 다행히 많은 국가에서 이런 충격이 생각보다는 완만했고, 연착륙을 달성하고 있다”면서 “물가가 충분히 안정화됐다고 확신하기 전까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에 대해서는 “2년 전부터 물가 상승에 각국이 통화정책을 긴축했지만, 재정정책은 완화했다”면서 “통화와 재정정책이 좀 더 공조를 해서 같은 방향으로 가면 물가와 금리를 낮추는 데 더 효율적일 것”라고 말했다.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한은은 은행간 결제 지급준비금을 통해 결제시스템을 구축하는 형태의 CBDC를 추진 중이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범용 CBDC는 주도적인 지급 수단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민간이 소비자를 대응하는 업무를 하게 되고, 금융서비스를 좀 더 창의적인 방식을 통해 가치를 더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CBDC는 중앙은행이 가진 화폐 신뢰를 토대로 한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이 믿을만한 디지털화폐가 없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면 CBDC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100%가 넘는 상황으로 모니터링이 계속 필요한 문제다. 금융 취약성과 높은 금융 부채 비율과 관련해 거시건전성 정책 사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올해 3분기 1875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59.6%인 1049조1000억원에 달한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한국의 가계부채는 주택 개발과 좁은 국토 면적과 관련돼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 “지방 정부나 프로젝트 디벨로퍼, 은행들이 함께 공조해 주택 가격을 낮춰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 대출자의 부채 상환 가능성이 줄어드는 만큼, 소득 대비 부채 상환 비율을 지켜봐야 한다”며 “금융기관들은 리스크와 대차대조표를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현송 한은 조사국장은 “LTV(주택담보인정비율)나 부채비율, 현금흐름 관련 정책 또는 소득 대비 상환 비율 등의 방법이 있다”면서 “금융안정뿐만 아니라 경제 부양을 위해서도 거시경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우리나라의 재정 긴축에 대해서는 “재정 확대가 물가 안정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재정 긴축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통화 및 재정정책은 적절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 앞서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가 가능할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한은은 자율성을 보장받는 기관으로써 충분히 정책 외부 상황이나 미국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답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2017년 12월부터 BIS 사무총장을 맡아 혁신적인 금융기술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중앙은행 간 국제 공조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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