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지수(ELS)의 손실 위기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손실 위기에 노출된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액만 6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이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가운데 투자자 분쟁조정과 소송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손실 발생시 과거 사모펀드 사태 때처럼 보상이 가능할지에도 투자자 관심이 쏠린다.
◆내년 ‘대규모 손실위기’ 홍콩 ELS…투자자 발 동동
27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관련 민원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대부분은 은행이나 증권사로부터 이 같이 위험한 투자라는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한 채 거액을 투자해 큰 손실을 보게 생겼다는 내용이다.
직장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피해 사례들이 올라오고 있다. 투자자 A씨는 “현금이 있을 때는 계속 전화해 ELS 투자하라고 하더니 손실 구간에 들어가자 전화도 받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는 “나에게는 한번도 투자 권유를 않던 은행과 증권사들이 유독 노인들에게 위험한 투자자 권유를 하는 것 같다”며 “어머니도 은행 권유를 받고 거액을 투자해 노후 자금을 날릴 위기”라고 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원금 손실 가능 구간에 진입한 ELS는 7조원이다. 이 중 6조원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한다. 당장 경고등이 커진 건 내년 1~2월 만기 도래하는 상품들이다. 홍콩H지수가 고점을 찍은 2021년 1~2월 발행된 ELS들의 3년 만기가 돌아오고 있어서다.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가 ‘제2의 사모펀드 사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전수 점검 중이다. 한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ELS 리스크와 관련해 “제일 문제는 판매사들이 판매할 때 충분한 설명을 했는지, 적정 등급 상품을 판매했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일 것”이라며 “판매 현황이나 은행의 민원 대응 방안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역대 ELS 원금 손실이 발생한 사례는 많지 않았고 가능성도 낮다고 여겨졌지만, 한번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액이 크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주가지수 기초 ELS는 손실 위험이 크지 않다고 믿고 가입한 투자자들이 많고 실제로 수익률도 크게 높지 않은 연 4~6% 수준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 대규모로 민원이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보상받을 수 있을까…”ELS ‘재투자자’ 많아 보상비율 높지 않을수도”
손실 확정시 판매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일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때는 금감원 분쟁조정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많게는 원금 전액을 돌려받기까지 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투자업자가 일반 투자자에게 투자를 권유할 때 지켜야 하는 6가지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설명의무 ▲적합성 ▲적정성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이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위반하면 ‘불완전판매’에 해당해 금융회사는 당국 제재를 받게 되며, 투자자 민원에 따른 분쟁조정이나 이후 법정 소송에서도 불리해지게 된다.
가장 높은 빈도로 문제가 되는 게 설명 의무다. 금융상품의 구조·수익률·리스크, 투자자들이 투자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사항 등을 충분히 잘 설명했는지다.
ELS는 상품 구조가 복잡해 어떤 경우에 어디까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판매사 프라이빗뱅커(PB)가 제대로 설명했는지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불확실한 상황을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등의 행위는 부당권유 금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과거 ELS 불완전판매 소송과 환매 중단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소송을 맡았던 임진성 한누리 법무법인 변호사는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무조건 원금이 보장된다’는 등 일부 판매 직원들이 사모펀드를 이렇게 팔아 문제가 됐었는데, 명백히 금소법 위반”이라며 “금융투자상품 중 100% 원금 보장이 되는 상품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LS의 경우 원금 손실이 나는 경우가 통계적으로 극히 희박했지만 한번 문제가 생기면 막대한 손실을 안겨줄 수 있단 점에서 리스크가 작지 않은 상품이다. 이 같은 점을 축소해 권유했다면 금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적정성·적합성 등은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팔았는지의 문제다. 안전 투자 성향의 고객에게 원금 전액 손실이 가능한 ELS를 판매했다면 위반에 해당한다.
다만 다수의 불완전판매 이슈와 금소법 강화 이후 대부분 금융사들이 절차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어 실제로 위반 사실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법조계 의견도 있다. 그 자리에서 설명을 다 듣지 않았다 해도 ‘동의’ 또는 ‘체크’ 표시가 있으면 설명을 듣고 이해한 걸로 간주되는 식이다.
특히 설명의무가 투자자 나이, 지위, 금융 지식, 투자 경험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점도 변수다. ELS는 재투자자가 최초 투자자보다 월등이 많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간 불완전판매 소송 판례를 보면 젊은 사람보다는 고령의 투자자에게, 금융지식이 풍부한 사람보단 미흡한 투자자에게, 여러차례 가입한 사람보단 첫 투자자에게 더 많은 설명 의무를 지우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설명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런데 ELS는 만기 이후 비슷한 상품으로 ‘롤오버’해 재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다수다. 여러차례 비슷한 ELS에 가입한 경험이 있을수록 판매자 설명히 충분하지 않았던 것에 면죄부가 더해질 수 있고 보상 비율이 낮게 산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이 롤오버 재투자인 ELS 투자자는 과거 사모펀드 때보다 보상 비율이 낮게 책정될 수도 있다”며 “ELS의 약 70~80%가 재투자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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