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카카오 경영총괄 28일 오후 페이스북에 심정 글 파문
경영진 및 측근 편중된 보상 등 폭로…자중지란 시작됐나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이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카카오 내부 사정에 대한 공개 폭로전에 나섰다.
이날 김정호 총괄의 게시글은 지난 22일 판교 본사에서 업무보고를 하던 임직원들을 상대로 ‘개XX’라며 큰 소리를 욕설을 했다는 보도가 이어진데 따른 항변 차원으로 풀이된다.
김 총괄은 카카오 AI 캠퍼스 건축 업체 과정에서 빚어진 한 임원과의 갈등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욕설과 고성이 오간데 대해 사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카카오 측근에 편중된 보상, 특정부서 임원과 직원들간 복지격차, 데이터센터 건립업체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 등 내부 문제까지 들춰내며 또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 겸 베어베터 공동대표(사진=브라이언임팩트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
김정호 총괄은 28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가 내년 1월에 시작될 제주도 프로젝트에 금년 12월에 완공되는 카카오 AI캠퍼스 건축팀 28명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이 그 팀은 제주도에서 싫어할 거고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한 명의 임원이 주장한다. 업체를 어떻게 정했냐니까 그냥 원래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결재나 합의를 받았냐니까 그건 없고 그냥 원래 정해져 있었다고 앵무새처럼 이야기한다”고 적었다.
김 총괄은 이어 “거의 10분 정도 언쟁이 계속되었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다른 임원들을 보다가 분노가 폭발했다. 어떻게 700억~800억 원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그냥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저렇게 주장하는데 모두들 가만히 있는가, 그동안 문제라고 생각했던 다른 사례 2가지를 모두에게 이야기하며 이런 개XX같은 문화가 어디 있나”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내가 지금 내가 아는 다른 업체를 쓰라는 것인가, 회사에서 이미 고용을 하고 있는 팀을 쓰라는 거잖나, 내부 팀이 있는데 외부 업체를 추가 비용을 들여서 결재도 없이 쓰자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일갈했다.
이어 그는 “조금 후 제가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특히 개XX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 사과한다고 3번 정도 이야기를 했다. 특정인에게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고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고 업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김 총괄은 “그에 따르는 책임은 온전히 제가 지겠다. 이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정하면 그걸 따라야 한다. 그러면 부정 행위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없고 인사 조치를 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해명은 지난 22일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열린 회의에서 김정호 이사장이 팀장급 이상 직원들 앞에서 10여 분간 큰 소리로 욕설을 했다는 언론보도에 따른 김 총괄의 해명이다.
김 총괄은 이번 해명을 위해 자신의 페이스북의 총 네 편의 글을 올렸는데 이 과정에서 카카오 감사를 통해 드러난 내부 사정에 대한 폭로도 했다.
그는 “4달 전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와 저녁을 하며 정말 어려운 부탁을 들었다”며 “카카오 전체에 대해 인사와 감사 측면에서 한번 제대로 조사를 하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고쳐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C레벨 인사 포함이었다”고 했다.
이어 김 총괄은 “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견제 없는 특정 부서의 독주, 특이한 문화와 만연한 불신과 냉소, 휴양시설/보육시설 문제,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대외협력비 문제, IDC/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 장비의 헐값 매각 문제, 제주도 본사 부지의 불투명한 활용 등등 이야기를 듣다 보니 끝이 없었고 2번은 거절을 했는데 3번째에는 술을 거의 8시간이나 마시며 저를 압박했었고 결국 승낙을 했다”고 폭로했다.
김 총괄은 카카오 감사를 통해 적발된 보육시설, 평가 및 보상제도, 법인카드, 골프회원권 현황, IDC 공사업체 선정 등 문제를 SNS에 조목조목 지적했다.
가령,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되는 관리부서 실장급이 더 경력이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 연봉의 2.5배나 되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20억 원이 넘는 초고가 골프장 법인회원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특히 그는 “IDC/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이날 제기된 카카오 IDC와 서울아레나 건설 과정에서 빚어진 수의 계약 의혹 관련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오는 2027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준공 예정인 K팝 공연장 ‘서울아레나’와 지난 9월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 준공한 데이터센터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몰아주는 수의계약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다.
그는 “저는 이런 내부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기존 기득권(특히 각종 카르텔)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칠 것이고 음해와 투서, 트집 잡기 등이 이어질 것이고 그동안 착하게 살며 잘 만들어 놓은 브랜드 이미지만 나빠질 것을 예상했다”라며 “일단 제 결론은 트집 잡기의 문제가 될 수 있는 보상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월급, 보너스, 주식, 스톡옵션, 법인카드, 차량, 기사, 골프장 회원권 등등 아예 0원의 보상으로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최근 전면에 나서 강도 높은 경영 쇄신을 강조한 상황에서 이번 김 총괄의 폭로는 카카오 내외부적으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SM엔터테인먼트(SM) 시세조종 혐의로 주요 경영진들이 구속되는 등 대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카카오 내부적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형국이다.
특히 김정호 총괄은 김범수 창업자의 최츤근 인물로,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뿐만 아니라 CA협의체 멤버도 맡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가 설립한 사회공헌재단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이기도 하다.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김 총괄은 이날 “저도 김범수 창업자가 카카오 창업을 할 때 5억원을 투자하며 같이 잘 되기를 응원하며 밀어주었고 엄청난 성공을 했고 10년 후 그 결실을 받았고 애정이 많았기에 무조건 안 한다고는 못했고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라며 김 창업자와의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카카오 측은 “개인 SNS에 관해 언급하기 어렵다”라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