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물가 목표 물가 도달까지 시기가 늦춰질 것 같으니, 긴축 강도를 올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더라도, 금리가 예전처럼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경고한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향후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둔 발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로 금리 긴축 사이클 종결과 금리 인하 기대가 번질 경우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매파적(통화 긴축 신호) 메시지를 던졌다고 해석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11월 금통위에서는 이 총재가 어떤 메시지를 낼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려있다. 어느 때보다 동결 전망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 총재의 발언이 향후 통화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51개 기관·100명)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96%는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경기 부진과 한미 금리차 역전 확대를 비롯해 가계부채 급증세와 꺾이지 않는 물가 등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난감한 상황에서 한은이 기존 금리를 유지하며 대내외 변수를 관망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 “금리 인하 기대 차단” 이창용 매파적 메시지 예상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이 총재가 추가 인상 여지를 남기는 매파적 메시지를 시장에 던질 것으로 관측한다. 금리 인하 기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한미 금리 역전차 장기화 및 확대 가능성을 차단해 자본 유출 우려를 낮추기 위해 추가 긴축을 시사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현재 대외 금리차는 2.0%포인트로 역사상 가장 차이가 크다.
치솟는 가계부채도 긴축 메시지의 이유로 거론된다. 3분기 가계부채는 1876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주택담보대출은 1049조원으로 역시 최고점을 다시 썼다.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되면 가계 빚이 더 늘어날 우려가 높다.
물가도 안갯속이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2.7%)과 7월(2.3%)에 걸쳐 2개월 연속 2%대를 보였지만, 8월(3.4%)부터 10월(3.8%)까지 다시 3%로 올랐다. 문제는 10월부터 꺾일 줄 알았던 물가가 되레 더 올랐다는 점이다.
◆ 연준 금리 인하 기대·유가 하락…긴축 메시지 통할까
이 총재의 매파적 메시지가 시장에 통할지는 미지수다. 2월부터 6회 연속 동결하며 그때마다 긴축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분위기는 동결을 넘어 아예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로 옮겨갔다.
더딘 경기 회복에 지난 금통위에서는 “추가 긴축 또는 완화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리 완화가 언급된 것은 긴축이 시작된 2021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소수의견은 수개월 뒤 실제 금리 결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국제유가 안정세 역시 긴축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산유국들의 감산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 간의 분쟁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보던 브렌트유는 최근 80달러대로 떨어지며 물가 긴장감을 낮추고 있다.
여기에 미 연준의 내년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도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더하며 긴축 주장을 희석시킨다. 시카고페드워치(CME)에 따르면 전날 기준 내년 5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55.8%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은 이미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면서 “매파적 메시지를 내더라도 시장에서 믿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적인 액션이 없는 상태에서 신호만 보낸 기간이 오래되며 이제 효과가 떨어졌다”면서 “이제는 소폭으로도 조금 움직여 줄 필요가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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