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이 내년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소폭 내려 잡았다. 반도체 경기 반등에 따른 수출 회복에도 통화 긴축의 영향으로 내수 경기 위축이 예상되면서다. 특히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며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내년 성장률은 1.9%까지 내려갈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은 30일 발표한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1%로 제시했다. 지난 8월 발표한 내년 전망치 2.2%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다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로 유지했다.
한은은 지난 2월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4%로 제시했다가, 5월에는 2.3%로 0.1%포인트 내렸다. 그러다 8월에는 2.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2.1%)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2%를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MF(국제통화기금)의 전망치 2.3%, 2.2%보다 낮다. 정부는 지난 7월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한은은 우리 경제에 대해 연초 부진했던 국내 경기는 하반기 들어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이 1.4%로 당초 예상에 부합할 것으로 봤다. 내년에도 수출·설비투자 회복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 모멘텀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향후 성장경로 상에는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 국제유가 흐름, 중국경제 향방, 지정학적 갈등 전개 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세계 경제는 고금리 영향 지속으로 내년에도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미국의 내년 성장세는 둔화되겠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양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성장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지만,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는 둔화 속도가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변수는 중동 분쟁과 글로벌 제조업 경기다. 한은은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심화되면서 원자재가격이 상승하고 이차 파급효과가 확대’를 가정해 최악의 경우 내년 성장률이 1.9%대로 낮아지고 물가 상승률이 2.8%까지 치솟을 것으로 봤다.
반면, ‘반도체 등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빠르게 반등’하는 경우에는 수출과 투자 회복 흐름이 강화되면서 내년 성장률을 2.3%로, 물가 상승률은 2.8%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로는 올해 300억 달러로 예상해 8월 전망치(27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봤다. 하반기 중 경상수지는 수출이 개선되면서 상반기보다 흑자 규모가 상당폭 확대되고, 내년에도 글로벌 교역 회복 등에 힘입어 흑자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취업자수 증가 규모는 올해 34만 명으로 8월 전망(29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에는 24만 명으로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은 올해 지난 전망(2.9%)보다 낮은 2.7%로 예상했다.
한은 측은 내수회복 모멘텀 약화 등으로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둔화되지만,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 공급이 지속되고 있어 그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완만할 것으로 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6%로 8월 전망(3.5%)보다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2.4%보다 높은 2.6%를 제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는 11월 중 상당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상반기중 3% 내외로 점차 둔화하고, 연간 전체로는 2.6%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측은 “국내경기는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흐름을 이어가고, 물가상승률은 비용인상압력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는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이나 추세적으로는 둔화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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