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긴축 기조가 6개월보다 더 이어질 수도 있다”
“기준금리로 섣불리 경기를 부양하면 부동산 가격만 올라갈 수 있다”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에도 현재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을 시사했다.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심리 차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동결했다. 지난 2월에 이어 7차례 연속 동결로 금통위원 전원 일치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동결의 주요 배경에 대해서 물가와 가계부채 문제를 우선 꼽았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지적대로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은 8월 3.4%를 기록한 후 9월과 10월에는 각각 3.7%와 3.8%로 한은의 전망을 비껴가며 목표 물가 도달 시점이 지연됐다는 평가다. 3분기 가계부채도 1876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 총재는 간담회 내내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내년 상반기 말까지는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보였다.
그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의 향후 통화 긴축 기조에 대한 표현이 ‘상당 기간 이어간다’에서 ‘충분히 장기간 이어간다’로 수정된 점에 대해서는 “특정 기간을 전제한 것이 아니다”면서 ” 6개월보다 더 길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시장에서는 당분간’을 향후 3개월로, ‘상당 기간’을 6개월 정도로 보는 시각이 형성됐다”면서 “몇 개월 유지할지 특정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충분히 장기간’이란 표현을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은은 목표 물가 도달 시기를 6개월이 지난 내년 말 이후로 보고 있다. 그는 “우리는 2%대까지 수렴하는 때가 내년도 말이나 2025년 초반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미국은 2025년 중후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금통위에서 금리 완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금통위원이 의견을 바꿨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금리하방을 열었던 금통위원 1명 의견 철회했다”고 했다.
이어 “지난번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할 때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유가와 금융 불확실성이 높았다”면서 “지금은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 인식이 확산됐고, 중동 분쟁이 확전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자리 잡혔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원 6명 중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은 지난 10월 회의 5명에서 이번에는 4명으로 줄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서도 긴축 주장을 바꾼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2명은 물가 뿐 아니라 성장과 금융안정 고려할 때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고 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그었다.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내년 경제에 대해서는 “물가가 높아서 빚을 많이 낸 사람과 소득이 낮은 사람 등 취약 계층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섣불리(경기를) 부양하다 보면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절대액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면서 “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정부가 끝나고 해당 비율이 얼마나 줄었는지 보고 판단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총선 이후 부동산 PF 문제가 크게 터질 수 있다는 시장 우려에는 “부동산 PF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면서 “작은 기관, 건설사 등에서 고금리 지속으로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대주단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한은은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에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1%로 내려잡았다. 물가 전망치는 2.6%로 기존(2.4%)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다만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원자재가격이 상승하고 2차 파급효과가 확대될 것을 가정해 최악의 경우 내년 성장률이 1.9%대로 낮아지고 물가 상승률이 2.8%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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