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PCE 물가지수 전월 대비 보합
#내구재 물가 넉 달 연속 하락, 서비스 물가 오름세도 둔화
#골디락스 기대 확대, 기준금리 인하 논의 가속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지난달 미국의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를 지속했다.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소비지출도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다고 확신하는 것은 물론 내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 상무부는 30일(현지시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10월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9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의 상승률을 기록했었다. 전년 대비로 PCE 물가지수는 3.0% 상승해 지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9월 PCE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올랐었다.
헤드라인 수치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0.2% 올라 9월 0.3%보다 완만히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9월 3.7%에서 10월 3.5%로 상승률을 낮췄다. 연준은 물가 지표로 근원 PCE 물가지수를 주시한다.
근원 PCE 물가지수의 6개월 연율 상승률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4.5%를 기록했다가 올해 5~10월 2.5%로 크게 낮아지면서 추세적인 물가 오름세 완화를 가리켰다.
세부 항목들도 물가 진정세를 확인했다. 내구재 PCE 물가는 10월 중 전월 대비 0.3% 하락하면서 4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고 비내구재 물가지수도 0.3% 내려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둔화를 기록했다. 서비스 PCE 물가지수도 같은 기간 0.2% 오르는 데 그쳐 9월 0.5%보다 둔화했다.
테미스 트레이딩의 조 살루치 공동 트레이딩 매니저는 “기대에 부합했다는 점에서 좋은 지표라고 생각한다”며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높게 나왔다면 더 큰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인들의 소비와 소득 증가세도 둔화했다. 소비지출은 10월 중 0.2% 증가해 9월 0.7%보다 둔화했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기대치와도 일치한다. 10월 개인소득은 전월 대비 0.2% 늘어 9월 0.4%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가처분 소득 역시 10월 한 달 전보다 0.3% 증가해 8월과 9월 0.4%보다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금리 인상 종료 확실시
10월 PCE 물가지수를 확인한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더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코타 웰스의 로버트 패블릭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간 수치는 기대에 부합했고 연간 수치도 하락했으며 인플레이션 추세가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시장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패블릭 매니저는 “연준은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보고서는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것을 편안하게 할 것”이라며 “지표는 연준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번 보고서는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며 매파적인 인상을 지우지 않았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점차 이 같은 기조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해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파트너는 “제롬 파월 의장이 앞으로 다가올 몇 달 동안 매파적이기를 원한다면 PCE 서비스 지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에서 상당한 속도 둔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살루치 매니저는 “시장은 연준이 더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수치는 이 같은 이론을 지지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 골디락스 달성 가능…침체 없다
연준이 큰 폭의 경기 둔화 없이 물가 안정을 달성하는 ‘골디락스'(Goldilocks)를 이룰 수 있다는 진단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물가 오름세가 잡히는 가운데서도 고용시장의 둔화가 어느 정도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연율 5.2% 증가해 약 2년간 가장 강력한 성장세를 확인했다.
알리안츠 트레이드의 댄 노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보고서는 골디락스”라며 “양호한 소득과 소비, 저축, 인플레이션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뱅크 오브 더 웨스트의 스콧 앤더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현재의 제한적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의도한 효과를 내고 있으며 연착륙 가능성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과 연준은 이번 보고서에 환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주식이 혼조세를 보이는 한편 채권 금리 및 미 달러화가 상승 중이다. 미국 동부 시간 오전 10시 47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76% 오른 3만5700.58을 기록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13% 내린 4544.52, 나스닥 종합지수는 0.63% 밀린 1만4168.69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6.1bp(1bp=0.01%포인트) 오른 4.332%를 나타냈으며 2년물은 6.3bp 상승한 4.711%를 가리켰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월간 기준으로 11월 미 10년물 금리는 12년간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날보다 0.64% 오른 103.42를 기록했다.
◆ 피벗 논의로 초점 이동
전문가들은 이제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중단보다는 연준의 피벗(pivot, 정책 기조 전환) 개시 시점으로 논의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내년 5월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해 연말까지 총 4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현재 5.25~5.50%인 기준금리는 4.00~4.25%로 낮아진다.
이번 주 들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경기가 큰 폭으로 가라앉지 않더라도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이 꾸준히 진행될 경우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띄웠다.
이후 공개 발언에 나선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일부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상 여지가 아직 남았다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연준 내부에서도 아직 물가 및 성장 경로에 대한 이견이 있는 만큼 시장 참가자들은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면서도 연준이 내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살루치 매니저는 “이제 다음 질문은 연준이 언제 금리를 내릴 것이냐”라며 “현시점에서 그것을 알기에 충분한 지표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패블릭 매니저는 “경제가 둔화하면서 2024년 여름이 끝날 때까지 25~50bp 인하는 정당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
mj722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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