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미국의 빅테크 기업 메타(구 페이스북)은 스테이블코인 리브라(Libra. 나중에 디엠으로 변경)을 발행하려 했지만 규제 기관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접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리브라를 반대한 것은 디지털 통화가 잠재적으로 미국 달러에 대한 심각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증거로 여겨진다.
이런 가운데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이 스테이블코인 ‘아마존 코인’ 발행을 준비 중이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 경영대학원 리차드 홀든 교수는 최근 IEEE(미국 전자전기공학자협회) 스펙트럼에 올린 글에서 아마존이 준비하고 있는 기업 디지털 통화를 분석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암호화폐는 거대 산업이다. 비트코인은 2021년에만 3조 달러 규모가 거래됐는데 이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이제 또 다른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이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존은 매달 2억 명이 넘는 고유한 방문자가 있다. 연간 매출은 5000억 달러에 달하고 1억 6700만명의 미국인이 연간 139달러의 회비를 내고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을 이용하고 있다. 아마존이 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고려할 것이다.
# 아마존 거래 플랫폼
첫째는 아마존이라는 거대 거래 플랫폼과의 관련성이다. 아마존은 사용자가 기존처럼 신용카드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아마존 코인(amazons)’이라는 디지털 통화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고객은 미국 달러를 아마존 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고 단기적으로는 다시 달러로 전환할 수 있다. 다만 달러 환불 요청시 약간의 수수료가 부과될 수도 있다.
아마존 코인을 사용해 쇼핑하면 사용자는 일반 쇼핑 가격에서 2% 정도 할인 받을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이 아마존 코인을 사용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아마존 앱 스토어에서 특정 앱과 게임을 구매하고 인앱 구매를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아마존 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출시했다.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아마존은 상당한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원칙적으로 아마존은 판매자에게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할 때 미국 달러 대신 아마존 코인을 받도록 요구할 수 있다.
아마존 코인이 널리 사용된다면 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존이 플랫폼에서 판매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가상자산 채택을 단계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과제이긴 하다. 각 판매자는 아마존 코인을 결제할 수 있는 디지털 지갑을 가질 수 있고 아마존 코인은 언제든 미국 달러로 변환할 수 있으면 된다.
판매자는 아마존 코인을 언제든 미국 달러로 변환할 수 있지만 디지털 지갑에 아마존 코인을 보유하고 아마존 플랫폼의 다른 곳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이는 사용처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다.
디지털 지갑에 돈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되면 판매자가 자금을 굳이 은행으로 옮겨 보관할 필요도 없어진다. 이런 기능을 도입하면 아마존은 중소기업에게 금융 서비스도 추가할 수 있다.
# 아마존 웹서비스(AWS)
두 번째는 세계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인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관련이 있다. AWS는 당초 아마존의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한 방식으로 시작됐고 이후 다른 기업이나 대학으로까지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넷플릭스(Netflix)는 AWS의 최대 고객이며 트위치(Twitch)와 링크드인도 매월 지불액 측면에서 넥플릭스의 뒤를 잇고 있다. AWS에서 운영되는 다른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로는 BBC, ESPN, 페이스북, 중국의 바이두와 터너 브로드캐스팅도 있다.
아마존은 이들 대기업들에게 일정량의 아마존 스테이블 코인을 미리 보유하도록 요구하고 매월 AWS 사용료를 청구하는 대신 해당 비용을 차감하도록 할 수 있다. 모든 기업에게 이런 방식을 요구하긴 어렵겠지만 일부 대기업 또는 전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프라이빗 스테이블 코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다만 규제 이슈는 여전히 상존한다. 미 의회에서 관련 규제를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기업들이 아마존의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에 참여할 경우 자사에 대한 평판을 높일 수 있다는 확실도 필요하다.
AT&T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는 이미 고객에게 비트페이(BitPay)와 같은 결제 프로세스를 이용해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들이 암호화폐 결제를 허용한 것은 깊은 철학적 신념이나 고객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다. 고객이 이러한 옵션을 원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아마존과 같은 경쟁사가 주도하는 생태계를 받아들이는 데 꺼림칙한 생각을 가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화폐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엄청난 비즈니스 수익원을 창출할 것이라는 점은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설사 아마존이 최대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더라도 이러한 비즈니스 수익 흐름은 모든 회사에 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규제
세 번째는 규제 문제다. 아마존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함으로써 사실상 머니마켓 뮤추얼 펀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인정할 것이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머니마켓펀드(MMF) 규제를 받는 머니 비즈니스에 흔쾌히 동의할 예정이다.
MMF는 1940년에 만들어진 투자회사법 제2a-7조에 의해 규제된다. 이 규정은 MMF가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의 신용도,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범위, 보유해야 하는 유동성, 포트폴리오의 만기 구조 등 MMF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관한 여러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러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데 동의할 것이고 디지털 통화 준비금을 가장 깨끗한 머니마켓펀드로 만들겠다고 약속할 것이다.
이 경우 아마존의 스테이블 코인은 은행 업무와 관련된 추가 규제 요구 사항에 직면할 수 있으며, 특히 신용 상품과 같은 기타 금융 서비스 제공으로 확장할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마존의 주요 목표는 은행을 통해 돈을 벌거나 규제를 회피하기보다는 지배적인 기업 디지털 통화를 만드는 것에 있다. 따라서 아마존은 선의의 원칙에 따라 행동할 것이고, 동시에 네트워크 외부적으로 디지털 화폐의 사용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추구하려 할 것이다.
규제 준수를 통해 아마존 스테이블 코인은 리브라(Libra) 모델이 추구했던 스테이블 코인의 특성을 가지면서도 리브라 준비금과는 달리 스테이블 코인 준비금을 갖게 될 것이다. 아마존이 모든 준비금을 미국 정부에 보관하면 규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으며 아마존 스테이블 코인 보유자에게 언제든지 미국 달러(또는 글로벌 현지 통화)로 상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
아마존은 기본적으로 태환성을 제공하는 각 통화에 대해 머니마켓 펀드를 운영할 예정이며 이는 환율 위험을 회피하려는 글로벌 소비자에게 유리할 것이다. 게다가 이는 아마존 스테이블 코인 보유자가 현지 통화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환율 헤지 위험을 줄이고 아마존 스테이블 코인으로 인한 뱅크런 위험도 줄일 수 있으므로 신뢰줄 가능성도 높다.
# 금융 포용
네 번째는 금융 포용이다. 페이스북 리브라는 당초 은행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어려움을 부각시켰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인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거나 ATM 및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매우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프라이빗 디지털 화폐는 이들 지역 사람들에게 저렴하고 안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기존 은행이나 금융 회사는 이들을 통해 별다른 수익을 얻지 못하겠지만 아마존 같은 회사는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쉽게 흡수할 수 있고 이를 고객 유입 수단으로 여길 수 있다.
미국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프라이빗 디지털 통화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아마존 외에도 많다. 구글도 소비자와 기업 사용자라는 대규모 기반을 보유하고 있고 애플도 그렇다.
아마존이 스테이블 코인을 만든다고 해서 이것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의미도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통화는 탈세, 통화정책, 불법행위 등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직면한 도전은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고 무언가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 달러와 경쟁하는 민간의 디지털 통화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출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기업의 디지털 통화는 조만간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