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은행권이 연말을 맞아 희망퇴직을 준비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달리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날이 선 ‘돈 잔치’ 비판에 조건을 어느 정도 줄여야할지 각사가 눈치를 살피는 중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현재 퇴직 확정자를 집계하는 과정에 있다. 신청 규모는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희망퇴직 조건이 전년 대비 축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만 56세 직원은 월 평균임금의 28개월치, 10년 이상 근속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은 20개월에서 최대 39개월치 특별퇴직금을 지급한 바 있다. 올해는 1967년생 56세 직원은 28개월치로 동일하고, 1968~1983년생 40세 이상 직원은 20개월치로 일괄 적용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40~55세 은행원 퇴직금이 최대 39개월치에서 20개월치로 줄어들게 됐다.
다른 은행들도 희망퇴직을 준비하며 조건 조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실적으로 본다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눈치를 보는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노조와 사측이 임단협을 진행 중이고 그 결과에 따라 시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아직 시행 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시기나 조건 등 세부 내용은 미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며 “최근 금융권 희망퇴직에 대한 시선, 앞서 발표된 농협은행의 조건, 내부의 기대와 우려 등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희망퇴직금은 ▲KB국민은행 3억7600만원 ▲신한은행 2억9396만원 ▲하나은행 4억794만원 ▲우리은행 3억7236만원 ▲농협은행 3억2712만원이 지급됐다. 퇴직 시 기본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더해 4억~5억원대를 수령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최대 퇴직금 지급액은 모두 8억원을 넘었고 최고 11억원을 돌파한 사례도 나왔다.
국민은행에서는 조사역 직위의 5명이 퇴직소득으로 7억9100만~8억4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퇴직금을 포함해 보수총액 8억7300만~9억1200만원을 수령했다.
신한은행은 퇴직 지점장과 커뮤니티장 등 5명이 퇴직금으로 7억5100만~8억27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퇴직금을 포함해 보수총액으로 8억7400만~9억4300만원을 수령했다.
하나은행은 관리자 직위의 퇴직자 5명이 퇴직금으로 10억5000만~11억3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의 보수총액은 11억2400만~11억8700만원 규모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부장대우 5명이 퇴직소득 8억5900만~9억23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퇴직금을 포함한 보수총액으로 9억1300만~9억6900만원을 수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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