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원·엔 재정환율이 1개월 만에 다시 900원대로 올라서며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일본의 피벗(통화정책 노선변경) 기대가 탄력을 받으면서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가 이어지면서 한동안 원·엔 환율이 9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BOJ의 마이너스 금리 폐지가 이뤄지더라도 1000원대 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100엔 당 재정환율은 전 거랴일 대비 1.13원 오른 907.15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5일 907.93원 이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엇갈린 원화 vs 엔화…11월 중순만 해도 850원대
올해 초만해도 1000원선에서 등락하던 원·엔 환율은 11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타며 900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그동안 강달러 영향에 약세를 보이던 원화와 엔화 방향이 어긋나면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가 높아지며 원화는 강세 흐름을 탔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세도 원화 가치에 힘을 보탰다.
반면 엔화는 10월 열린 BOJ 회에서 통화완화정책 유지에 대한 실망감으로 약세를 보이며 힘이 빠졌다. 일본 경기 부진 소식도 엔화의 힘을 뺐다. 일본 경기 위축은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엔·달러는 149엔으로 올랐고, 원·엔은 16년 만에 최저치인 856.8원 까지 내려왔다.
◆BOJ 통화정책정상화 시사…원·엔 900원대로 급등
하지만 엔화 가치의 키를 거머쥔 BOJ에서 통화정책노선 변경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엔화 값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7일 가즈오 BOJ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할 경우, 목표 금리에 대한 몇 가지 옵션이 있다”면서 “금리를 0%로 유지할지 0.1%로 올릴지, 단기 금리 속도는 경제 및 금융 국면에 달려있다”고 언급하며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곧바로 엔화값은 치솟았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 6일 147엔에서 지난 7일 141엔까지 급등하며 4개월 래 최고 수준까지 뛰었다. 원·엔도 반등했다. 지난달 870원대던 원·엔은 지난 5일 893.04엔으로 올랐고, 7일에는 905.38원으로 900원대에 진입했다. 이달 들어 8일까지 오름폭은 30원에 달한다.
◆”원·엔, 당분간 900원대 초반서 등락”
시장에서는 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감이 반영되며 한동안 원·엔이 9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정책 변경 기대와 함께 그동안 약세가 컸다는 점에서 되돌림 현상이 반영됐다”면서 “단기간 900원대 초반에 움직일 것”이라고 봤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되돌릴 수 있다는 기대에 엔화가 강세를 보이며 달러 대비 140엔까지 내려왔다”면서 “추가적 하락보다는 현 레벨에서 움직이며 원·엔도 내년 1월까지 900원을 중심으로 800원 후반에서 900원 초반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벗하면 1000원 넘길까?
본격적인 반등 시기로는 내년 상반기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BOJ 회의가 열리는 12월 18~19일 혹은 1월 예고에 이어 내년 봄 임금협상(춘투)을 전후로 BOJ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다.
다만, 미국 경기 호조와 원화 강세에 1000원대를 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에 우세하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 침체가 오면 원엔도 1000원을 넘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만큼 900원대 중후반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한동안 900원대 수준에서 업다운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년 3월 통화정책 노선 변경이 이뤄질 경우 900원대 중후반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통화정책 변경에도 원화 강세가 함께 예상되는 만큼 1000원대 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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