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이달부터 ‘하루 3시간 이하’로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의 실업급여가 대폭 줄어든다.
그간 실업급여 산출 시에는 하루 2시간만 일해도 4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해왔으나, 일할 때 받는 월급보다 실직 시 받는 실업급여가 더 많아지는 상황을 전면 개선하면서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이달 1일부터 이 같은 내용의 ‘급여기초임금일액 산정규정’ 및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지난 8월 고용부 산하 고용보험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을 심의·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실업급여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급여기초임금일액(기초일액)을 손 본 것을 골자로 한다. 기초일액은 근로시간에 시급을 곱한 값이다. 평균임금의 60%로 정하고 있는 실업급여 산정의 기준이 된다.
실업급여 1일 상한액(8시간 기준)은 6만6000원이며,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하한액은 6만1568원이다. 4시간 기준으로는 3만784원이다.
고용부는 그동안 1일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 이하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간주해 기초일액을 산정해왔다.
‘1일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 이하일 때는 4시간, 8시간 이상일 때는 8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실직 전 월급보다 실직 후 실업급여를 더 많이 받게 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예컨대 하루 2시간씩 주5일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월급(4.345주 기준)으로 41만7989원을 받는다.
그러나 기존 규정을 적용해 실업급여 계산 시에는 2시간이 아닌 4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돼 4시간 기준 하한액(3만784원)에 30일을 곱한 92만3520원을 받게 됐다. 일할 때보다 2배 가량 더 받는 것이다.
고용부는 이러한 규정이 불합리하다고 봤다.
이에 1998년부터 20여년 간 유지돼온 해당 규정 중 ‘1일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 이하일 때는 4시간으로 한다’는 부분을 전면 삭제하고, 단시간 근로자의 정확한 실근로시간을 산정해 실업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1일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이면 3시간, 2시간이면 2시간, 1시간이면 1시간으로 정확히 산정하도록 한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단시간 근로자가 많지 않았고, 최저임금 수준도 낮아 그런 규정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개정안은 뒤늦게나마 불합리한 규정을 개선하고 정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단시간 근로자의 실업급여는 대폭 줄어들게 됐다. 2시간 근로자의 실업급여 하한액은 1만5392원으로, 기존 92만3520원에서 절반인 46만1760원으로 급감하게 되는 것이다. 3시간 근로자는 23만원 삭감된다.
개정된 규정은 이달 1일 이후 실업급여를 신청한 단시간 근로자부터 적용된다. 다만 이미 4시간으로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단시간 근로자는 그대로 4시간이 적용된다.
노동계는 정부의 조치가 대부분 저임금 취약 계층인 단시간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단시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차별 없이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시기에 보호는커녕 거꾸로 최소한의 급여 수준마저 빼앗아 고용보험기금을 메꾸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번 개정이 당정이 추진 중인 실업급여 제도 개편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 개정 사항인 실업급여 손질에 앞서 법 개정 없이도 정부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부터 우선 착수했다는 것이다.
당정은 현재 임금보다 많은 역전현상, 반복수급, 고용보험기금 적자 등을 들어 하한액 폐지 등 실업급여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일명 ‘시럽급여’ 발언 논란으로 역풍을 맞으면서 관련 논의는 답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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