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콘텐츠 등 핵심 사업에 집중…”새로운 리더십 세울 것”
‘브라이언’ 등 영어 이름 쓰는 IT기업문화도 바뀔 가능성
“더 이상 스타트업 아냐…재계 서열 15위 대기업” 강조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카카오가 환골탈태를 예고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한 임원의 경영 비위 폭로로 내홍까지 불거지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자 김범수 창업자가 직원들을 만나 대대적인 경영쇄신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김 창업자는 “카카오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라며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또 “더 이상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일괄적인 자율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라고 반성했다.
김 창업자는 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카카오 본사에서 오프라인과 사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임직원 간담회인 ‘브라이언톡’을 비공개로 열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2200여명(오프라인 400명, 온라인 1800명)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날 사내 간담회에서는 김 창업자의 경영 쇄신안 발표와 함께, 20여개의 직원들의 질문이 나왔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1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개최된 임직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경영 쇄신 방향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카카오) *재판매 및 DB 금지 |
그가 2년 10개월만에 직원들 앞에 선 이유는 경영 쇄신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카카오가 SM 인수 당시 시세조종 혐의로 주요 경영진이 구속되고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독점 논란이 불거지자 김 창업자는 지난달 초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직접 위원장을 맡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후 사태 수습과 경영 쇄신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날 김 창업자는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일괄적인 자율경영 방식과 투자와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도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김 창업자가 이날 내놓은 쇄신안은 ▲경영전략 개편 ▲기업문화 변화 ▲그룹 지배구조 개편 ▲리더십 변화 등이다.
우선 그는 카카오의 모든 사업을 검토할 계획이다. AI(인공지능), 콘텐츠, 플랫폼 등에 집중하고, 이 밖에 사업들은 재검토해 핵심 사업 중심으로 경영전략을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문어발식 확장이 아닌, 기술과 미래 성장 동력 마련을 중점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 창업자는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 현재 시점의 시장 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데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수평적 조직 문화로 IT기업을 표방했던 카카오의 기업문화도 바뀔지 관심사다. 카카오는 자사 서비스 ‘아지트’를 통해 직원들 간의 업무를 공유하고, 영어 호칭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바 있다. 직급명도 없다. 김 창업자도 사내에서 ‘브라이언’으로 불린다.
그는 ”과거에 말씀드린 적 있듯이 ‘문화가 일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자율경영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거버넌스)도 변화를 예고했다. 그간 카카오는 계열사 CEO의 독립적인 권한을 존중해왔다. 이를 통해 고속 성장했지만 경영진 도덕적 해이 등 여러 계열사 잡음이 이어졌던 게 사실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창업자는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적쇄신도 예고하면서 카카오 주요 공동체 대표들이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카카오 그룹에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등의 임기가 내년 3월에 만료된다.
김 창업자는 ”더불어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라며 ”2024년부터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쇄신의 진행상황과 내용은 크루들에게도 공유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날 김 창업자는 직원들에게 카카오가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라는 점을 당부했다. 그는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그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저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더 이상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자산 규모로는 재계 서열 15위인 대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가면 기대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동안 우리는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춰오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이처럼 김 창업자가 전면적인 경영 개편을 예고하면서 구성원들을 달래는 데 성공하고 사내 갈등도 봉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카오는 대내외 악재 뿐만 아니라 노사 갈등, 한 임원의 사내 비위 폭로로 인한 내부 갈등 격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김 창업자는 앞으로도 소규모 사내 간담회를 개최해 직원들과 지속 소통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카카오 노조 일부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김 창업자와 소통했다. 앞서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간담회 이전에 기자들과 만나 “노조에서 제기했던 문제점에 대한 김 창업자의 입장을 물어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노조 측은 ”12일에 사내 간담회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겠다“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