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 前임직원·브로커 등 항소심 첫 공판
배임수·증재, 업무방해,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
쌍방 양형부당으로 항소…상장팀장 혐의 부인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가상화폐(가상자산) 상장 대가로 뒷돈을 주고받았다는 이른바 ‘상장피(fee)’ 혐의로 기소된 전직 거래소 임직원과 브로커들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 대체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원심 양형이 너무 무겁다고 호소했다.
다만 전직 거래소 상장팀장의 경우 업무방해 혐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래소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맹현무)는 14일 오전 10시 10분께부터 각각 배임수재와 배임증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코인원 전 상장 총괄이사 전모(41)씨와 전 상장팀장 김모(31)씨, 브로커 고모(44)씨 와 황모(38)씨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들은 양형부당을 항소 이유로 들었다.
전씨와 고씨 측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원심 형량이 과하다고 주장했다.
브로커 황씨의 경우 배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이 아니라 수재자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기에 징역 2년 6월형이 과하다고 호소했다.
다만 전 상장팀장 김씨의 경우 업무방해 혐의를 부인했으며, 증인으로 차명훈 코인원 대표이사를 불러줄 것을 요구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업무방해와 관련, 자전거래 사실을 몰랐으며 전 총괄이사 전씨와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업무방해가 성립되지 않을뿐더러, 성립한다 하더라고 전씨와의 지위와 역할이 구분돼야 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이러한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차명훈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종 변론에 나선 브로커 고씨 측 변호인은 “상장에 관여하게 된 계기와 정도, 전직 거래소 임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적극적인 증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세조종에 가담하지 않았으며 (코인) 발행 재단을 소개받아 마케팅 계약을 지속적으로 체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초범이고, 70대의 노부모와 동생을 부양하는 가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형은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고씨 역시 “큰 잘못을 저질렀으며, 반성하고 있다. 가족과 사회에 실망감을 주는 일이 없도록 성실하고 착실하게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한편, 검찰 측 역시 이날 1심 형량이 낮은 점을 항소 이유로 밝혔다. 겸찰은 지난 9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전씨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19억3000만원, 김씨에겐 징역 4년과 추징금 8억원, 브로커 고·황씨에겐 각각 징역 3년과 1년 6월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특정 코인을 상장해주는 대가로 지난 2020년부터 2년8개월간 브로커들로부터 총 19억2000여만원, 김씨는 2년5개월간 10억3000여만원 상당의 코인과 현금을 각각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차명계정으로 코인을 현금화해 한남동 빌라를 구입하는 데 쓴 혐의(범죄수익은닉죄)도 받고 있다. 브로커 고씨와 황씨는 이들에게 특정 코인 상장을 청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9월 “상장 업무 담당 직원은 단순한 사기업 직원 이상의 고도의 준법성과 청렴성이 요구돼 배임수·증재 혐의는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라며 전씨에게 징역 4년, 김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브로커 고씨와 황씨에겐 각각 징역 1년 6개월, 2년 6개월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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