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조치가 무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연일 매도 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연말 주식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큰 손 개미들이 허겁지겁 물량을 비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36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는 2788억원을 순매수하며 근소하게 ‘사자’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연속 순매수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기간 사들인 물량은 무려 10조3129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한 달 만에 6조73억원을 팔아치우며 순매도로 전환했고, 이달 들어서도 하루에만 조(兆) 단위 이상 물량을 팔아치우는 등 보유 주식을 빠르게 비워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매도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정부가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점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연말 과세 회피 목적의 개인 매도세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일반 소액 투자자들은 장내에서 주식을 매도할 때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개별 주식 종목 지분율이 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이거나 상장 주식을 종목 당 10억원 이상 보유할 경우 대주주로 간주해 주식 양도소득의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를 징수한다.
앞서 지난 8일 정부가 연말 증권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해 실제 추진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언론 보도가 나온 지난 8일 이후 지난 13일까지 3거래일 간 4000억원이 넘는 개인 자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와 관련해 “현재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는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전날 코스닥 시장에서 하루 만에 4116억원의 개인 매도세가 나왔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무려 1조3402억원이 실망 매물로 쏟아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양도소득세 완화 조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연말 수급 상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까지 양도세 회피성 매도 압력이 이어지면서 지수 상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말 국내 고유 수급 이벤트인 대주주 양도세 불확실성이 증시 전반에 걸쳐서 수급 상 단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은 내년도 1월과 11월 FOMC를 제외한 다른 모든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으로 컨센서스가 이동했지만, 이를 두고 내년 1월 FOMC를 전후로 시장에서 다시 한번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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