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가상자산 거래소 중 첫 IPO 추진
심사 주체는 한국거래소…”내부통제 구축·경영 투명성이 관건”
[서울=뉴시스] 강수윤 이지영 기자 = [편집자주] 우리 국민들이 가상화폐 혹은 코인이라 불리는 가상자산을 처음으로 알게 된 시기는 언제일까. 그 시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 가상화폐거래소가 처음으로 생긴 것은 10년 전이다.
그때쯤 초기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생기면서 코인은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은 `제로’에서 8000만원을 넘기도 했다. 10년간 그 어떤 자산도 이에 미치지 못했다. 지금도 이런 변화는 진행 중이다.
그런데 가상화폐를 둘러싼 인프라는 10년간 어땠을까. 국내 첫 가상화폐 거래소의 기업공개(IPO)는 의미가 있다. 그만큼 거래소의 투명성을 높여, 거래소는 물론 코인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업계 처음으로 기업공개(IPO) 추진하면서 증권시장 입성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5일 빗썸에 따르면 빗썸코리아는 지난 9월 말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작업에 착수했다. 상장 목표 시점은 2025년 하반기다.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계획 중이다. 앞서 빗썸코리아는 2020년에도 IPO를 추진했으나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빗썸코리아가 상장에 성공하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1호 상장사가 된다. 국내 거래소로는 처음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만큼, 기업공개 절차와 상장을 위한 준비사항, 상장심사 기준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업공개(IPO·Initial Pubilc Offering)란 50인 이상의 불특정 외부 투자자들에게 신주를 발행·공모하는 행위로 한국거래소에 공식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상장이란 한국거래소가 정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발행한 주권을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외부투자자가 공개적으로 주식을 살수 있도록 기업이 자사의 주식과 경영내역을 시장에 공개한다. 주식 상장 IPO를 통해 기업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 할 수 있고 상장을 통과하려면 여러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상장에 나서는 회사들도 많다. 빗썸도 이번 IPO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내부통제 운영을 대외적으로 검증 받아 투자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 목표다.
◆신규 상장 절차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공개 절차는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1단계 사전준비’→’2단계 상장예비심사’→’3단계 공모’→’4단계 상장’ 순으로 진행된다.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은 먼저 감사인 지정을 신청하고 대표 주관회사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한다. 정관 개정, 내부통제 시스템 등 기업시스템 정비, 명의개서 대행계약 체결, 우리사주조합 결정, 유가증권·코스닥시장본부 예비접촉 등 사전준비를 완료한 뒤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주관사는 계약을 체결한 뒤 해당 기업에 대해 상장 전 최소 두 달 이상 기업실사(듀 딜리전스·Due-Dilligence)를 실시하고 실제 경영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상장예비심사는 주권을 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에 대해 상장의 적격성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규정된 ‘형식적 요건’과 ‘질적 요건’의 충족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형식적 요건은 ▲기업의 재무내용 ▲주식 유동성 확보를 위한 요건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한 요건으로 구성된다. 질적요건 심사는 상장기업으로서 적격한 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경영 안정성 ▲투자자 보호 등 질적 측면을 검토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상장예비심사신청 이후 신규 상장까지는 약 4개월이 걸린다. 심사기간 중 거래소는 상장신청인(기업)과 대표주관회사와 수차례 인터뷰를 실시해 추가적인 설명을 듣거나 필요한 경우 상장신청인을 불러들여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거래소는 상장위원회와 시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확정한다. 기업이 제출한 상장예비심사신청서와 첨부서류로 상장적격성 여부를 검토하고 학계·법률·회계·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상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예비심사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상장위원회의 심의결과가 상장 미승인이거나, 시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시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결정한다. 상장예비심사 소요기간은 45영업일이며, 추가 심사가 필요한 경우 심사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상장신청인이 상장예비심사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한국거래소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상장주선인(대표주관회사)를 통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상장요건을 충족해 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은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 이로써 모집 또는 매출을 위한 공모절차를 개시하게 된다. 증권신고서는 금감원(금융위)이 이를 수리한 날로부터 15일(코넥스 이전상장 기업의 경우 10일)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이후 수요예측, 공모가 결정, 청약 및 납입 등을 거쳐 공모절차가 완료된다. 상장신청인은 공모절차의 최종단계인 주급납입일까지 한국거래소에 신규상장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가 신규상장을 최종적으로 승인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매매거래가 개시되면 상장 절차가 마무리된다.
◆상장기업, 회계 전문가 육성·내부통제 구축해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공모자금의 목적과 용도가 경영전략상 필요한 것인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상장관련 법규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대주주들은 상장 이후 기업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되고, 외부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감시가 강화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상장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내부에서 회계·공시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부재시 상장 이후 ‘불성실공시법인’ 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회계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은 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의결과정, 감사의 적절한 업무수행,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필요성 및 조건 등 기업경 전반에 걸친 투명성을 말한다. 특히 과거 비정상적인 거래로 인해 상장예정법인의 경제적 가치를 훼손한 전례가 없어야 하며, 적절한 내부통제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회계 투명성은 과거 재무제표의 적정성 뿐만 아니라 향후 관련 법규에 요구하는 시한 이내에 적절한 재무자료의 공시가 가능한 내부시스템 구축을 포괄한다.
상장기업은 홈페이지 구축과 IR전담팀 설치 등 커뮤니케이션 강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주주와 투자자, 언론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 활동으로 기업의 정확한 정보를 외부에 적시에 알리고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
◆거래소 “상장심사 예단 어려워”…경영 투명성 등 살펴볼 듯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IPO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관사인 삼성증권과 한국거래소 간 사전 접촉이나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초기 단계다. 거래소는 우량한 상장기업을 적극 투자·유치하고 있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정해진 가이던스는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가상자산 특수성을 고려해 상장 적격 여부를 판단하고 상장심사 과정에서 일반 기업 보다 더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고 다른 기업들처럼 일단 받아서 심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장 자체가 적합한 지에 대해 사전에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심사를 실제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빗썸의 상장 심사 관련 이슈를 살펴보지 않은 상황이라 어떻게 심사할 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빗썸의 상장예비심사가 시작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상장심사의 핵심인 ‘질적 요건’ 충족 여부를 중점적으로 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면 영업의 지속성, 경영 투명성, 경영 안정성, 내부통제를 어떻게 할 지 질적 심사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가상화폐 시장이 아직까지 다른 산업 분야처럼 규제 체계가 완전히 정비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얼마 만큼의 규제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빗썸의 향후 영업 지속성이나 성장성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이러한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빗썸의 대주주 리스크(경영 투명성), 복잡한 지배구조(경영 안정성)와 영업 및 재무상황(기업의 계속성) 등이 상장 심사의 주안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거래소는 이와 함께 가상자산 산업의 진입장벽, 정부 규제, 시장 내 경쟁력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빗썸을 플랫폼처럼 카카오 수준으로 볼 지,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 금융회사 측면에서 볼 지도 미지수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플랫폼 산업이라 고객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지, 부도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컴플라이언스 측면은 어떻게 되고 있는 지를 한국거래소가 금융회사 측면에 준해서 볼지, 아니면 일반 플랫폼 산업에 준해 볼지도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oon@newsis.com,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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