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 내년 3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하자 달러 힘이 빠지면서 원·달러가 이틀 만에 23원 가까이 빠졌다. 시장에서는 지나친 급락으로 평가하며 일시적으로 1280원 대를 터치할 수는 있지만 한동안 1300원을 중심으로 방향성을 탐색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129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 1300원 선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지난 7일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며 132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다 FOMC 직후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25원 가까이 급락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앞서 13일(현지시각)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은 정책금리를 5.25~5.5%로 동결했다. 3회 연속 동결이다. 공개된 점도표에서는 내년 금리 중간값을 4.6%로 예상했다. 현 금리보다 75bp 낮은 수치로 25bp씩 3차례 인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금리 인하 시기를 위원들과 논의했다.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위원들의 관점”이라고 언급하며 인하 기대에 힘을 더했다. 해외IB인 웰스파고(Wells Fargo)는 “2년 동안의 급속한 통화긴축 이후 내년에는 금리인하로 전환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며 내년 6월 첫 금리인하를 예상한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이보다 빠른 3월 금리 인하설도 등장했다. 골드만 삭스는 연준이 3월, 5월, 6월 세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25bp씩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연방준비제도)의 내년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12월 FOMC 전날 41.28%에서 직후 84.05%로 치솟았다.
점도표상의 75bp 하락보다 더 큰 125bp 인하를 예상하는 기관도 있다. JP모건은 인하 시점을 당초 내년 7월에서 6월로 한 달 앞당기고, 총 5회에 걸쳐 125bp까지 내린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대 7번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 영향으로 미국 국채 금리 10년물은 지난 14일(현지시각) 3.929%를 기록하며 7월26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금리 전망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도 8bp 하락해 4.297%로 떨어졌다. 6월1일 이후 최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달초 104선에서 15일 오후 101.9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원·달러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평가가 높다. 점도표와 파월의 발언에서 내년 금리를 시사했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파월은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누구도 승리를 선언하지 않았다”며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뿌리는 발언도 내놨다. 점도표상의 75bp보가 더 과도한 금리 인하가 반영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에서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환율이 빠졌지만, 낙폭이 과도하다”면서도 “다만, 연준의 방향이 금리 인하 쪽으로 돌아서면서 당분간 1290원 아래 터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봤다.
과도한 급락에 따른 일부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해당 레벨은 내년 6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를 반영된 수준으로 되돌림이 있을 수 있다”며 “단기간 1280원에서 13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추가 급락세가 이어가기보다는 1200원 후반에서 1300원 초반에서 움직일 것”이라면서 “조기 인하가 가능할지 여부를 두고 좀 더 명확한 신호가 나올 때 계단식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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