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소, 심장병·뇌졸중 등 질환 위험도 줄여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세계 3대 과학학술지 중 하나인 사이언스(Science)가 올해 가장 주목할만한 과학적 성과로 ‘GLP-1(글루카곤 유사 팹타이드-1)’ 호르몬 기반 비만 치료제를 선정했다.
사이언스는 ‘2023 올해의 혁신(2023 Breakthrough of the year)’으로 GLP-1 작용제와 해당 약물이 비만 관련 질환 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를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미국 성인의 약 70%, 유럽 성인의 과반이 과체중의 영향을 받고 있을 정도로 비만은 사적 문제를 넘어 공중보건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비만은 당뇨병, 심장병, 관절염, 지방간, 암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올해 등장한 GLP-1 작용제는 관리 가능한 부작용과 함께 상당한 수준의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결과를 보였다.
GLP-1 작용제는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최근 들어 비만 치료제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임상 실험 결과 단순한 체중 감소를 넘어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위험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LP-1 자체는 1980년대 초 발견됐다. 지속적인 연구 결과 GLP-1이 혈당을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후 1990년대에는 쥐 실험을 통해 GLP-1을 주입하면 쥐들이 식사량을 줄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GLP-1 작용제가 비만인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8월 비만과 심부전이 있는 529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GLP-1에 작용하는 약물인 세마글루티드를 복용한 이들은 심장 상태가 2배 가량 개선됐다.
같은 달 1만7000명의 과체중, 심혈관 질환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험에서도 세마글루티드 복용자들이 미복용자보다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20% 낮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GLP-1 약물이 체중 감량을 넘어 비만 관련 질환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대규모 실험에서 입증된 것이다. 현재는 GLP-1 약물이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등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는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사이언스는 GLP-1 약물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대부분의 약물들이 그렇듯 GLP-1 또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스꺼움, 위장 문제 등 합병증으로 인해 GLP-1을 활용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의사들은 비만이나 과체중이 아닌 이들이 ‘날씬해지고 싶다’는 목표로 GLP-1 치료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이언스는 “GLP-1 이야기가 계속 되는 상황에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새로운 치료법들이 비만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비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비만이 단순히 의지력의 상실이 아니라 생물학에 뿌리를 둔 만성질환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어떤 약물 못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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