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한국거래소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소위 ‘조각투자’를 위한 장내 시장 개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이 개설되면 부동산, 미술품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증권화한 신종 증권들을 주식처럼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실제 상품이 거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소 상장 요건을 맞추면서도 1400만 주식 투자자의 수요를 만족시킬 상품이 등장할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거래소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신종증권 상내 시장 시범 개설에 대한 혁신금융서비스를 신규 지정받았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미술품, 한우, 부동산, 저작권 등 다양한 비정형 신종증권들이 주식처럼 거래될 수 있는 장내 시장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관련 전자증권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법 개정 전이라도 현 운영 매커니즘을 신종 증권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인정받은 것이다.
거래소는 일반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통해 주식처럼 주문을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이용하는 증권 계좌를 통해 여타 증권 거래하듯 똑같이 신종 증권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토큰증권, 즉 분산원장을 이용한 증권은 거래소 장내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다. 장내에서는 지금처럼 ‘전자증권’ 형태의 신종증권 유통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토큰증권과 전자증권의 차이는 증권을 어떤 그릇에 담았느냐의 차이일 뿐, 실질에는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도 종이 문서로 된 증권이 있고 전자식으로 권리가 증명되는 전자증권이 있듯, 미술품이나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신종증권(투자계약증권·신탁수익증권)도 어떤 기술로 구현하느냐에 따라 전자증권이나 토큰증권으로 발행·유통될 수 있다.
이 중 전자증권으로 발행된 것만 장내 거래소에서 취급하고, 토큰증권은 장외시장에 따로 맡긴다는 방침이다.
안일찬 거래소 디지털사업부장은 “기술적 준비는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상반기 내에 마무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상품이 거래될까…거래소 요건 마련
기술적으로 인프라가 구축된다 해도 바로 시장이 열리는 건 아니다.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장내시장에 거래될 만한 혁신적이고 안정적인 상품이 나오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거래소에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투자자 보호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매력적인 상품을 잘 상장시키는 것도 거래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발행인의 자본금, 외부 감사 ‘적정’ 여부 등을 통해 회사 건전성과 신뢰도를 볼 예정이다. 상장증권의 발행사로서 최소한의 몸집과 시스템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상품의 건전성과 투명성도 중요하다. 공모 규모가 너무 작은 상품은 곤란하다. 에를 들어 7~8억원 규모의 공모는 1억원씩 7~8명만 투자하면 끝이기 때문에 상장 증권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증권 투자자가 1400만명인데 공모 규모가 너무 작으면 잠재적 고객들에게 매출될 가능성이 있다.
가격은 투명하게 결정되는지, 투자자들에게 공시를 통해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미술품, 한우 등 조각투자 업체들이 준비 중인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주식처럼 거래되기 위해 풀어야 할 선결 과제들도 있다.
투자계약증권이란 공동사업에 금전을 투자하고 공동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받기로 하는 계약상 권리를 말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매매가 되면 그에 대한 법적 효력을 부여받기 위해 민법상 공증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주식처럼 거래를 할 때마다 매건 확정일자를 받아 공증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실제 상장될 경우 현실적 제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안 부장은 “내부적으로 IT 개발 등은 내년 상반기 안에 끝내려 한다”며 “시장이 발전하면서 다양하고 혁신적인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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