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증권사 채권형 랩·신탁 운용 점검 결과 발표
만기 임박 계좌 수익률 맞춰주기 위한 증권들 간 짬짜미 적발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9개 증권사들이 수백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채권형 랩·신탁 손실을 돌려막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적발 증권사들을 엄정 조치하고, 운용상 위법 행위로 손실이 난 랩·신탁 계좌에 대해 업계와 협의를 거쳐 환매가 이뤄지도록 추진한다고 밝혔다.
15일 금감원에 따르면 A 증권사는 다른 증권사와 6000회 이상의 연계·교체 거래를 통해 특정 고객 계좌의 기업어음(CP)을 다른 고객 계좌로 고가 매도해 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 간 전가했다.
예를 들어 당장 만기가 도래한 계좌에서 손실이 나고 있으면 다른 증권사에 만들어둔 타계좌에 CP를 고가에 매도해 수익률을 맞췄다. 그리고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고객 계좌를 이용해 유사한 CP를 고가에 다시 매수해준다. 후자의 계좌에서는 평가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A 증권사는 이 같은 거래를 반복해 1억2000만원의 손실을 만기 미도래 계좌에 전가했다. A 증권사뿐 아니라 증권사별 손실 전가 금액은 수백만원에서 수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가격의 거래를 통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행위는 판례에 따를 때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주요 혐의사실을 수사당국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총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실태에 대해 집중 점검한 결과 이 같은 제3자 이익도모와 더불어 사후 이익 제공, 위법한 자전거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 운용 등 다수의 위법을 적발했다. 상품 수익률을 높게 제시하기 위해 만기가 긴 채권을 무리하게 담은 결과 시장 상황 급변에 따라 채권 운용에 손실이 발생, 이를 메우기 위해 위법적인 운용이 이뤄진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지난해 채권 금리 급등 등 시장 상황 변동으로 랩·신탁의 만기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의 결정하에 고객 계좌의 CP를 고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제공했다. 많게는 총 1100억원의 이익을 연계·교체거래 행위로 사후 제공했다.
고객 자산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고유자금으로 OEM 펀드를 설정하고 특정 채권, CP를 고가매수하도록 요청하는 등 펀드 운용에 관여한 사례도 있다. OEM 펀드란 금융사 등 펀드 판매사가 운용사에 요청해 만든 펀드로, 현행법상 불법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이번에 확인된 위법 행위를 신속히 조치해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면서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투업계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 및 적법한 손해 배상 절차 등을 통해 환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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