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43% 가격 인상 배짱 배경은 독과점 지위
인도, 튀르키예는 인당 3000~5000원…한국은 1만원 훌쩍 넘어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나 인도인이야.“
요즘 한국 유튜브 이용자들 사이에서 우스갯 소리로 나오고 있는 말입니다. 월1만450원에 광고 없이 유튜브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멤버십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이 기습 인상되면서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도, 튀르키예 등 해외 계정으로 우회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유튜브는 한국 외 42개 국가에 가족 요금제를 지원하고 있는데, 한번 결제시 최대 6명이 이용할 수 있어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도, 튀르키예의 경우 가족 요금제 이용시 인당 3000~5000원 가격에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1만원을 훌쩍 넘는 요금을 내고 이용해야 합니다. 지난 8일 유튜브는 한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 가격을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0년 9월 인상(월 8690원→1만450원) 이후 3년여 만입니다.
게다가 이번 인상은 2020년 9월 이전부터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했던 초창기 이용자에게도 적용됩니다. 초기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들은 5개월 유예기간 이후 기존 요금 월 8690원에서 70% 오른 1만4900원을 내야 합니다.
유튜브가 유독 한국에만 한번에 40% 넘는 인상률을 책정한 것은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인을 호구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일본, 뉴질랜드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봐도 한국 가격만 유독 높게 인상됐습니다.
유튜브는 “이번 가격 변경은 저희로서도 심사숙고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멤버십 가격은 여러 경제적인 요인들이 변화함에 따라 이에 맞추어 조정되고 있으며, 이번 가격 인상의 경우는 2020년 9월 이후 3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소비자 불만은 여전합니다.
업계에서는 유튜브가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가격을 멋대로 올리는 배짱 영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용자 기반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서 유튜브의 지위는 압도적입니다. 다른 대체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프리미엄 구독료를 내지 않아도 유튜브를 볼 순 있습니다. 영상을 보는 중간중간에 수시로 재생되는 광고를 봐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한다면요. 하지만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들이 무료 구독자로 돌아서긴 쉽지 않습니다. 이들이 구독료를 내왔던 가장 큰 이유가 ‘광고 없음’의 혜택인데, 한번 익숙해진 ‘편안함’을 포기하기가 여간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습관은 무섭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유튜브를 떠나지는 못하고,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해외 계정 우회를 선택하는 이용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외 계정 우회는 이용 약관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계정이 정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글의 독과점 횡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내려받은 앱 유료 결제시 반드시 구글 결제망을 이용하도록 하고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정책인데요. “통행세 갑질”이라며 개발사들의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우리 국회는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강제 방지법’을 제정했는데요. 구글은 법 조항을 교묘히 우회해 자사 플레이스토어 결제정책을 따르지 않은 앱 퇴출을 시작했습니다. ‘아웃링크’ 등의 외부 결제 방식을 금지하고 ‘인앱결제’ 또는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 시스템만 허용하는 결제 정책을 전면화한 것입니다.
개발사들은 구글 방식을 수용하는 대신에 콘텐츠 이용료를 인상했습니다. 이미 구글이 개발사들의 ‘갑(甲)’이 됐기 때문이죠. 결국 소비자 부담만 커진 것입니다.
이런 구글 독주를 저지할 대안으로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꼽히지만 개발사들이 구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데다가 해외 진출은 어려움이 있어 대안이 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공정위 조사를 통해 구글은 모바일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앱마켓 피처링, 해외진출 지원 등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죠.
유튜브는 동영상 뿐만 아니라 음원, 숏폼, 검색, 커머스 등 영역에서 한국 플랫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플랫폼을 제치고 이 시장들을 독점할 것이란 위기감이 나옵니다.
정작 네이버, 카카오 등 자국 플랫폼들은 각종 규제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을 사전 규제하는 가칭 ‘플랫폼 경쟁촉진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해당 법안이 도입될 경우 포털의 네이버, 메신저의 카카오톡 등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 각종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유튜브 등 해외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시장이 잠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겠습니다. 유튜브가 국내 진출할 때 만해도 사실 동영상 플랫폼 시장의 강자는 국내 기업들이었습니다. 유튜브가 단기간에 토종 플랫폼들을 제치고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인터넷 실명제 등 유독 국내 기업들에게만 적용됐던 각종 규제 때문입니다. 당시 판도라TV, 다음TV팟, 아프리카TV 등 국내 플랫폼 점유율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 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우리는 인터넷 실명제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가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외국 기업에 내어주게 되는 상황을 초래한 바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구글 유튜브의 독주를 보고 ‘기시감’이 든다고 말합니다. 만약 이번에도 국내 기업들이 규제에 가로 막힌다면 또 한번 구글이 틈새를 노려 포털 검색, 음원 플랫폼에서도 1위 자리를 독차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국내 대체 서비스가 없다면 글로벌 플랫폼의 횡포가 어떨지 인앱결제 강제정책,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 인상 사태가 잘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전세계 각국이 글로벌 빅테크를 견제하고 자국 플랫폼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들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정부가 무분별한 규제에서 벗어나 해외 역차별을 해소하고 국내 플랫폼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진흥책을 펼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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