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예고한 가운데, 향후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 대한 유동성 리스크 차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제2금융권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놓은 만큼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되지는 않으나, 평판 리스크로 인해 과거 새마을금고처럼 대규모 수신자금 이탈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PF부실에 따른 제2금융권의 유동성 리스크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PF부실로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약간의 금융시장 혼란은 있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걸 의미한다.
크게 브리지론과 본PF 등 두 단계로 나뉘는데, 브리지론은 부지 매입과 인허가에 필요한 초기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사업성이 불확실한 만큼 금리가 높은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본 PF는 분양과 착공에 들어가는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므로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보증하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 등 1금융권이 돈을 조달한다.
최근 제기되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브리지론에 참여한 제2금융권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9월말 기준 PF 연체율은 증권이 13.85%로 가장 높았으며 저축은행 5.56%,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4.44%, 상호금융 4.18%, 보험 1.11% 순이었다. 반면 은행 연체율은 0%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2금융권이 시행사에 빌려준 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건전성 악화를 겪고, 최악의 경우 중소형 금융사 중심으로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되는 금융 시스템 리스크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시행사가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이미 저축은행, 상호금융, 캐피사들은 상환하지 못한 대출금과 관련해 충당금을 모두 충분히 쌓아놓았고 자본비율도 넉넉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부분 저축은행과 캐피탈은 금융지주회사 자회사이기 때문에 유사시 매몰비용이 급증하더라도 지주사로부터 실탄을 지원 받을 수 있다.
특히 올해 3분기 연체율이 치솟아 금융권의 우려를 자아냈던 신협중앙회도 4분기 들어 연체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차주가 대규모의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면서 연체율이 안정화됐다.
다만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의 건전성 자체보다는 이에 파생되는 ‘유동성 리스크’와 ‘채권시장 악화 가능성’을 좀 더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행사가 돈을 갚지 못해 제2금융권의 연체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하거나 금융당국이 부실 PF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평판 리스크가 발생해 예금자 중심으로 수신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올해 3분기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급등해 다른 지점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수신자금 이탈 조짐이 발생하자, 정부는 대국민 메시지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불안 진화에 나섰다.
아울러 이같은 금융사 신뢰 하락은 은행채로의 자금 조달을 어려워지게 만들어 금융사 유동성 악화를 가속하는 한편, 레고랜드 사태처럼 전체 채권시장의 경색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PF 부실에 대한 ‘옥석가리기’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리스크 차단에 만전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부동산 PF, 이미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 등 잠재 취약요인들로 인해 여전히 불안요인이 잔존하고 있으므로 잠재위험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서민·자영업자 등 민생경제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부동산 PF,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사업성이 다소 조금 미비하거나 자산 감축 등 특단의 조치 없이는 재무적 영속성의 문제가 있는 건설사·금융사는 기본적으로 시장 원칙에 따라서 적절한 형태의 조정 내지는 정리돼야 한다는 대원칙이 있다”며 “자구 노력이라든가 손실 보상을 전제로 한 자기책임 원칙에 따른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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