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돼도 유족이 69% 지분율로 경영권 유지
‘4.7조원’ 유찰 혹은 중동·중국 큰손 가세 가능성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넥슨 지주회사 엔엑스씨(NXC)의 새로운 2대 주주 자리에 어느 기업이 오르게 될 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각에선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데다, 5조 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 탓에 유찰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중동이나 중국의 대형 자본이 NXC 지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전언이 나오는 만큼, 매각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기획재정부가 NXC 지분 29.29%에 대한 공개 매각을 시작했다. 매각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공매 포털 온비드에서 18일부터 19일까지 최고가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과는 오는 22일 발표된다. 만약 유찰될 경우 오는 25일부터 26일까지 2차 입찰이 진행된다.
이번에 매각되는 지분은 지난해 2월 별세한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상속세로 물납한 것이다. 물납 주식은 납세자가 금전 납부가 불가능한 경우 상속받은 부동산, 유가증권 등으로 조세를 납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공개 입찰하는 NXC 주식 수는 85만 1968주이며, 최초 예정 가액은 약 4조 7149억원이다. 역대 국세 물납주식 최대 규모다.
NXC는 김정주 창업자의 일가족이 100%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유족이 상속세로 지분 29.29%를 기재부에 물납하면서 지분율이 줄었다. 김정주 창업자의 배우자인 유정현 이사와 두 딸이 보유한 NXC 지분율은 약 68.98%다. 여기에 두 딸이 공동 소유한 회사 와이즈키즈도 NXC의 지분 1.72%를 갖고 있다.
즉, 이번 입찰에서 다른 기업이 기재부의 보유 지분을 전부 매입하더라도 NXC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 결국 5조 원에 육박하는 가격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비상장사인 NXC의 2대주주로 올라서려는 기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지난 10월 캠코에서 제출받은 20여년간의 주식 물납 자료를 검토한 결과 비상장 증권은 매각이 수월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금까지 물납된 주식 가운데 19.1% 가량만 매각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NXC가 우리나라 대표 게임사인 넥슨의 모회사이기 때문에 주목하고 있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에 상장된 넥슨 재팬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 913억 원(엔화 1203억 엔), 영업이익 4202억 원(엔화 463억 엔)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NXC는 일본에 상장된 넥슨 재팬의 지분 49.2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세부적으로는 NXC가 29.22%, NXC 자회사 NXMH가 16.74%를 보유하고 있다. 넥슨 재팬은 넥슨코리아의 지분 100%을 갖고 있다. NXC 2대주주가 되더라도 넥슨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긴 어렵겠지만, 넥슨과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입찰 자격에 외국인 자본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서 해외 기업들이 가세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 유력한 후보자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PIF)와 중국의 대형 게임사 텐센트가 거론된다.
그 중 PIF는 넥슨뿐만 아니라 엔씨소프트의 2대 주주에 오르는 등 한국 게임사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PIF는 지난해 2월부터 넥슨 재팬의 지분율을 꾸준히 늘리면서 10.23%을 보유한 3대 주주가 됐다. 이 외에도 PIF 산하 새비 게임스 그룹의 100% 자회사 나인66가 위메이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고, 작년엔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시프트업에 PIF 관계자가 방문하기도 했다.
텐센트의 경우 김정주 창업자가 지난 2019년 넥슨 매각을 추진할 당시에도 강력한 인수 후보자 중 한 곳이었다. 텐센트는 넥슨에 ‘던전앤파이터’ 퍼블리싱 비용으로 연간 1조원을 지출하고 있다.
텐센트는 10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력을 토대로 많은 IT 기업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 주주, 크래프톤의 2대 주주로 국내 게임 업계에도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 2019년 넥슨 인수에 뛰어들었던 넷마블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국내 기업 중에선 NXC 지분 인수에 뛰어들 기업이 많지 않다. 국내 대형 게임 3사로 손 꼽혔던 넷마블과 엔씨는 최근 계속되는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있으며, 2019년 NXC 인수에 나섰던 카카오는 다른 기업에 투자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고 김정주 창업자가 2019년 NXC 지분을 처분하려 했던 당시와 현재 넥슨의 위상도 다르다”면서 “2005년 출시된 ‘던전앤파이터’가 넥슨의 주된 캐시카우였다면 이제는 ‘블루 아카이브’, ‘프라시아 전기’, ‘FC 모바일’ 등 신작들이 성과를 보태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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