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상장지수펀드(ETF)는 주식이지만 동시에 펀드다. 펀드가 품고 있는 자산(기초자산) 가치가 ETF 시총과 실시간으로 동일하게 나와야 의미가 있다.
금을 예로 들어보자. 금 ETF는 금 시세를 그대로 추종해야 한다. 금 ETF 100주를 상장한다. 이 ETF는 최초 주당 100원에 팔렸다. 시총이 1만원이다. 마침 금 가격이 온스당 1만원이다. 따라서 금 ETF는 1온스, 즉 1만원어치 금을 사서 수탁회사에 보관했다.
ETF 시총과 보유하고 있는 금의 시총이 같다.
# ETF 작동 원리
실제 시장에서는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상장 돼 있는 금 ETF로 매수세가 들어온다.
주식 가격은 매수-매도 수급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100주 밖에 없는 금 ETF로 사자가 몰려오면 금 ETF 주가가 120원에 거래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금 ETF 시총은 1만2000원(100주 X 120원)이다. 이 펀드에 들어 있는 금 1온스는 아직 1만원이다. 금 ETF 주가는 올랐지만, 실제 금 값은 오르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 ETF 운영사와 마켓메이커 간에 ‘가격 일치’를 위한 일련의 거래가 일어난다.
1. 금 ETF 운용사는 ETF 주식을 추가로 발행한다. 이 주식을 마켓메이커에게 넘긴다. 마켓메이커는 들고 있던 금(현물)을 ETF에 넘긴다.
2. 마켓메이커는 ETF 주식 전부 또는 일부를 판다. 이때 아주 약간 이익이 발생한다.(ETF 주가가 금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
3. 금 ETF 주가가 어떤 이유로 현저하게 내려가면 1, 2번 과정을 반대로 한다. 마켓메이커는 ETF 주식을 사서 그 ETF 주식을 운용사에 준다. 대신 금을 받아서 아주 약간의 차액을 얻는다.(ETF 주가가 금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
ETF 운용사와 마켓메이커가 주식과 금을 ‘현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금 ETF 시총과 실제 금 시세를 정밀하게 맞춘다. 둘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ETF 운용사의 실력이다.
# 거래 비용을 줄여라
문제는 이러한 미묘한 주가 조절, 주식 발행량 조절, 금 보유량 조절을 현물로 할 때와 현금으로 할 때의 비용이다. 앞서 예에서 ETF 펀드가 금을 실제로 사거나 판다면 그 때마다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고, 보관 비용도 나간다.
마켓메이커와 주식-금 현물을 직접 교환하면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다. 금 ETF는 실제로 이렇게 한다.
비트코인 현물 ETF로 돌아가보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금 ETF와 달리 마켓메이커들이 비트코인 현물을 들고 있으면 안 된다고 우기고 있다. 마켓메이커가 비트코인을 들고 있으면서 가격 조작을 하면 어떻게 하냐는 거다.
# SEC, 현금 방식 고집
블랙록은 SEC의 감독을 받는 미국 내 마켓메이커는 가격 조작을 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으니, 해외 마켓메이커에 대해서만 현금 선 결제를 하자는 수정안을 냈다. SEC가 이것도 탐탁치 않게 여기자, 현금 결제를 하고, 나중에 현물 방식도 병행할 수 있다고 신청서를 수정했다.
SEC가 현금 방식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에 대해 월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ETF 운용시 비용이 더 발생하고, 결국은 금융 상품 소비자들에게 그 비용이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SEC가 마지막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딴지를 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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