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거래소와 사전 조율 가능성…”대주주 적격성 통과가 관건”
[서울=뉴시스] 박은비 이지영 기자 = [편집자주] 우리 국민들이 가상화폐 혹은 코인이라 불리는 가상자산을 처음으로 알게 된 시기는 언제일까. 그 시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 가상화폐거래소가 처음으로 생긴 것은 10년 전이다.
그때쯤 초기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생기면서 코인은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은 `제로’에서 8000만원을 넘기도 했다. 10년간 그 어떤 자산도 이에 미치지 못했다. 지금도 이런 변화는 진행 중이다.
그런데 가상화폐를 둘러싼 인프라는 10년간 어땠을까. 국내 첫 가상화폐 거래소의 기업공개(IPO)는 의미가 있다. 그만큼 거래소의 투명성을 높여, 거래소는 물론 코인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상장하는데는 한국거래소 뿐아니라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최근 파루 사태 등 사기성 상장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앞세워 증권신고서 수리 전 엄격 심사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거래소의 판단을 기다리며 여론의 추이를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빗썸 상장 추진에 대해 일단 기본적으로 한국거래소에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가상자산 거래소를 특정해서 의견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담당 부서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에 대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이를테면 가상자산 지원 부서는 열려있는 입장이고, 기업공시 관련 부서는 최근 틸론, 파두 사태 등으로 엄격한 원칙을 강조하는 식이다.
금감원 디지털자산연구팀 관계자는 “내년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따른 규제만 잘 따른다면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을 굳이 막을 생각은 없다”며 “코인 상장과 불공정 거래를 감독하는 것 외에 대부분은 자율규제에 맡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빗썸이 요건을 갖춰서 상장 심사만 통과한다면 코인거래소 IPO 시대가 열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빗썸 외에 다른 거래소들도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업공시국 관계자는 “빗썸이 상장 가능한지 일차적으로 거래소가 판단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첫 사례라 선례가 없다 보니 아무래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에서 (증권신고서를) 보는 건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거친 뒤 빨라도 내후년 정도일텐데 현재로서는 미리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을 가정해서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뻥튀기 상장’ 논란에…금감원, IPO 신고서 심사 강화
원론적으로 봤을 때 금감원이 상장과 관련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은 IPO 증권신고서 심사 기능으로 접근하는 정도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 수리 주체인 금융위원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이뤄진다.
허가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업체 신고 그 자체로 효력을 갖는다. 신고서가 수리되면 15영업일 경과 후 효력이 발생해 청약절차 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증권신고서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거나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가 있으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로 이어진다.
올해 상장이 불발된 틸론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지난 7월 이례적으로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틸론을 상대로 세차례 반복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것과 관련 조목조목 문제된 부분을 짚어낸 바 있다.
당시 틸론은 뉴옵틱스와의 44억원대 상환금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회사와 대표이사간 대여금 거래도 업무상 횡령 소지가 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재가 없어 투자자 보호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금감원은 주식 상장을 위해 가장 처음 제출하는 공시서류인 만큼 IPO 증권신고서에 대해 일관되게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친다는 방침이다.
또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 이후 신고서 제출 직전 월(月) 단위 매출·영업손익 악화 사실은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잠정이익이라도 관련 사실관계를 최대한 기재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
실사 의무가 있는 주관사 책임도 강조하는 추세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를 기망하는 등 시장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 역량을 총동원해 엄정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 관건…사법리스크 해소되면 ‘청신호`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내년 10월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자 자격 갱신 심사에 대주주 적격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빗썸은 국내 5대 원화거래소 중 대주주 리스크에 대한 압박이 가장 큰 곳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빗썸 실소유주이자 대주주인 이정훈 전 의장이 1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2심 관련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1심에선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들 재판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IPO를 해보기도 전에 빗썸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빗썸을 비롯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내년 10월 일제히 사업자 자격을 갱신하는 심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심사에서 금융당국이 거래소 대주주 결격 사유가 치명적이라고 판단하면 갱신이 불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내년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을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 환경을 재정립하려 하고 있다. FIU 앞세워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과 불공정거래, 각종 사기 등을 막고자 시장 조이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등이 발단이다. 이 여파로 금융위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 첫 단추가 가상자산 거래소 손보기다.
금감원은 최근 인사에서 가상자산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기존 팀 하나(디지털자산연구팀)를 전담 부서 둘(가상자산감독국·가상자산조사국)로 분리해 보다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시장 성장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모습이다.
빗썸 관계자는 “그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받았던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시장 상장 추진과 더불어 지배구조 개선, 신규 거래지원 절차 투명화와 내부통제 강화를 추진 중”이라며 “2025년 하반기 IPO를 목표로 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검증받아 고객이 더욱 신뢰하는 거래소가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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